[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서울시는 문화재청이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한 ‘풍납토성 보존ㆍ관리 및 활용 기본계획’(이하 변경 계획)을 철회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서울시는 대신 재원대책을 마련해 주민들에 대한 조기보상을 추진하고 풍납토성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할 것을 제안했다.

이창학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15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고 “문화재청이 발표한 변경 계획은 문화재보존과 주민보호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변경 계획 철회를 강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풍납토성은 한성백제(기원전 18년~기원후 475년)의 왕성터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풍납토성을 오는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공주ㆍ부여ㆍ익산의 백제유적과 연계한 ‘확장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지난 8일 ‘풍납토성 주민의 전체 외부 이전’이라는 기존 방침을 바꿔 건축물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놓고 문화재청이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억지로 끼워맞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시 “문화재청 ‘풍납토성 대책’, 문화재보호 포기한 것”

서울시는 이날 “문화재 보존도, 주민 보상도 어렵게 만드는 대책”이라면서 문화재청의 변경 계획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보상권역을 2~3권역에서 2권역으로 축소하는 것은 보상기간 단축효과가 미흡하고, 20년이 지난 후에나 발굴이 가능하다. 일부 주민의 경우 20년 이상 기다려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3권역의 경우 보상을 제외하는 한편 건축 높이 제한(15m)을 서울시 도시계획조례(7층 21m)와 일치시킨다는 게 문화재청의 방침이지만, 현행 규정상 규제 완화가 가능한 지역은 54필지, 약 5%에 불과하다.

이 본부장은 “문화재 보호 목적의 높이 기준을 도시계획에 따라 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7층 높이로 건축할 경우 토지 내 압력으로 인한 지하유적층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서울시는 문화재청과 지난해 말부터 재원확대를 통한 조기보상 방안과 3권역 규제 완화 방안에 관해 협의 중에 있었다”면서 “서울시와 합의되지 않은 변경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아울러 지방채 발행까지 포함한 재원대책을 마련해 향후 5년 안에 2~3권역을 조기보상할 것을 문화재청에 제안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매년 3대 7비율로 500억원을 투입해 2ㆍ3권역에 대한 토지보상을 해왔다.

이 본부장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고대사를 당장의 예산 부족으로 훼손시켜서는 안된다”면서 “주민들의 재산권과 문화유산을 동시에 보호하는 근본대책은 조기보상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