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무려 절반으로 감소…시·군·구 4곳 중 1곳은 전무
‘응애~ 응애~.’ 세상에 나온 갓난아기가 터뜨리는 울음소리.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다는 이 울음소리, 이런 소리를 옛날보다 많이 못듣는 것이 사실이다. 저출산시대의 그림자다. 신생아 수가 줄면서 산부인과가 많이 없어지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데이터로 입증된 현상을 놓고 보면 한층 심각하다.
지난해 6월 현재 분만이 가능한 종합병원ㆍ병원ㆍ의원ㆍ조산원 등 의료기관은 전국에 약 641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4년 분만기관이 1311개에 이르던 것과 비교해 보면 49.9% 밖에 되지 않는다. 10년새 반토막이 난 셈이다.
분만기관 수는 지난 2008년(954개)에 1000개 아래로 떨어졌으며 2011년(777개), 2012년(739개), 2013년(699개) 등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대비 감소율은 2011년 3.84%, 2012년 4.89%, 2013년 5.41%, 지난해 8.30%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산부인과가 줄어드는 것은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고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등 이유도 거론되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신생아 수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감소에 따른 출산 인프라 부족은 또다시 출산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저출산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는 만큼 정부가 좀 더 강력한 대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국 232개 시ㆍ군ㆍ구 중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시설이 없어 출산이 어려운 지역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23.7%인 55곳이나 됐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분만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실시한 이후 분만가능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은 2010년 51곳에서 2013년 46곳까지 소폭 줄어들었다가 작년 들어 다시 9곳이 늘어났다.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보면 분만가능 산부인과가 없는 곳은 전남이 10개 시군구로 가장 많았고 경북ㆍ경남(각 9곳), 강원(7곳), 전북ㆍ충북(각 6곳), 경기ㆍ충남(각 3곳), 부산(2곳) 순이었다.
산부인과 의원의 개업 대비 폐업률은 2013년 223.3%로, 외과 등 다른 과목들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1곳이 문을 열면 2군데 이상이 문을 닫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도 시장 논리가 있는데, 산부인과 간판을 걸고도 돈을 벌려고 산모를 받지 않고 피부과 같은 다른 과목 진료를 하는 병ㆍ의원도 상당수”라고 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