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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정페이’ 논란 휩싸였던 디자이너 이상봉 결국 ‘사과’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던 패션디자이너 이상봉(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이 결국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상봉은 14일 저녁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 경영자로서 본분에 충실하지 못했다. 이 모든 상황은 모두 나의 부족함에서 시작된 것이며 이번 일들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겠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같은 날 이상봉 디자이너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도 공식 페이스북에서 “이번 문제 제기를 계기로 패션디자이너업계의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에 대해 다시 한번 냉철하게 되돌아볼 수 있게 됐으며, 제기된 문제들과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저임금, 무급인턴을 강요한다는 뜻의 열정페이 논란은 이상봉 디자이너실이 견습 10만원, 인턴 30만원, 정직원 110만원의 급여를 준다는 소문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패션노조와 청년유니온은 최근 이상봉을 ‘2014 청년착취대상’ 수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앞서 패션노조와 청년유니온은 제보를 통해 오너 디자이너 5명을 선정, 2014년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패션노조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댓글 투표를 진행했다. 총 111명이 참가한 투표(중복 투표 허용) 결과 이상봉 59표, 최범석 7표, 이승희 10표, 이석태 22표, 고태용 4표로 나타났다.

청년유니온은 “패션노조의 연말 공개댓글 투표 결과 월급 10만원 견습 채용으로 창의성이 돋보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패션분야 청년착취대상에 선정했다고 밝히고, 지난 7일 오전 광화문광장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2014 패션업계 청년착취대상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날 시상자로 나선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우리가 이 자리에서 이상봉 디자이너에게 상을 주는 것은 단지 패션업계뿐만이 아니라, 청년들을 착취하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기업과 사장들에게 울리는 경종이다.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 참고 넘어가지 말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상봉 디자이너는 페이스북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진화에 나섰다.

다음은 이상봉 공식 페이스북에 개제된 사과문 전문.



이상봉입니다.

저로 인해 상처 받았을 패션업계의 젊은 청년들 그리고 이상봉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디자이너로서 삶에만 집중하다 보니 회사 경영자로서 본분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모두 저의 부족함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들을 통해서 정말 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자숙하겠습니다.

특히 패션업계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점들을 듣겠습니다. 패션업계의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점을 개선하고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과 예비 패션디자이너들에게 귀감의 될 수 있는 이상봉이 될 수 있도록 정말 철저히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이상봉 올림.





다음은 사단법인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페이스북에 올린 열정페이ㆍ청년 착취논란에 대한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입장 전문.



안녕하십니까? 사단법인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입니다.

2015년 을미년은, 인류의 기원과 함께 우리에게 의복을 제공해온 양의 해입니다. 그 어느해보다 패션디자이너들에게 뜻깊은 새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참담한 심경으로 양의 해를 맞습니다. 일군의 청년들로부터 ‘열정 페이, 청년 착취’란 비난을 들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패션디자이너들의 단체인 본 연합회는 이번 문제제기를 계기로 패션디자이너업계의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에 대해 다시한번 냉철하게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패션디자이너업계 전체가 반성과 개선의 기회를 삼아야 한다고 믿으며, 더 나아가 이번에 제기된 이슈는 반드시 패션디자이너업계 전체의 변화를 가져올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로 본 연합회가 조사한 ‘2013년 패션디자이너브랜드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패션디자이너업체들은 직원 10인 이하의 영세규모가 전체의 86%나 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해외 명품 및 SPA브랜드의 홍수에 맞서 기업 또는 브랜드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패션디자이너업체가 외부의 투자(지원) 및 전문경영인의 협조없이 디자이너가 경영까지 도맡는 체제로 운영되면서 기회가 닿는대로 해외진출 또는 각국의 패션 수주회 및 전시회와 컬렉션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회사’로서 필요한 디자인 및 생산공정(패턴, 봉제)과 유통분야를 비롯해 이번에 이슈화되고 있는 노무의 문제까지 전문화하는 데에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위의 패션디자이너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패션디자이너업체들의 84%가 평균 2.8명의 임시/계약직 직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군의 청년들이 제기한 패션디자이너업체의 비정규직 문제는 어느 특정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패션디자이너업체 전반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패션디자이너업체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며, 본 연합회는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 채용 및 근로와 관련해 유관기관과 전문가의 협조 및 자문을 받아 패션디자이너업체들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작성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패션디자이너업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변호사, 노무사, 관련 정부기관의 담당자, 청년단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통하여 현 패션업계의 실태와 현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패션디자이너업체들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창출하고자 합니다.

또한 패션디자이너업체에 근무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들뿐 아니라 패션디자이너업체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위해서 매년 여름 또는 겨울에 ‘(가칭) 패션캠프’를 설치해 본 연합회 소속 디자이너와 패터너 등 전문가들이 지망생들이 원하는 지식 또는 기술을 전수하는 문제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은 패션디자이너업체 근무를 희망하는 지망생들에게는 패션디자이너업체의 현장을 사전에 체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더 나아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의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패션디자이너업계가 원하는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또 다른 축복이기도 합니다. 패션디자이너업계가 뭉뚱그려서 ‘열정페이, 청년착취’란 오명을 쓴 채 새해를 시작했지만 이를 계기로 패션디자이너업계가 그동안 안고 있었던 내부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된다면, 이번의 위기야말로 전화위복의 기회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건설적인 문제제기는 얼마든지 경청하고, 개선을 위해 손을 맞잡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허위사실이 유포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된다든지, 의혹제기라는 명목으로 온라인 등에서 명예훼손적 발언들이 나온다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 패션디자이너들까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기 보다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다시 한번 현재 제기된 문제들과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디자이너패션업계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을 약속드리며, 차제에 한국패션디자이너업계가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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