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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리포트>사주팔자는 통계학인가요? 팔자도 바꿀 수 있나요?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사람의 한평생 운수를 일컫는 사주팔자는 ‘사주’(四柱)와 ‘팔자’(八字)가 합쳐진 단어다. 사주는 사람이 태어난 연ㆍ월ㆍ일ㆍ시의 네 간지(干支)를 뜻한다. 팔자는 사주에 해당하는 여덟 글자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올해 갑오년 (甲午年)에 태어난 사람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연(年)’에 해당하는 ‘갑오’라는 두 글자가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수천 년 전부터 조상들은 이 여덟 글자 속에 한 사람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어왔다. 첨단 과학의 시대인 21세기에도 사주팔자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다. 지금도 결혼을 할 때면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함을 보내면서 그 안에 신랑의 사주가 들어 있는 사주단자를 넣는다. 부인이 될 사람과 행복하게 여생을 살 수 있을지 신랑의 ‘팔자’를 신고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사주를 검색어로 입력하면 수백 개의 사주 관련 광고 및 사이트가 눈에 띈다. 실제로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남녀 중 절반이 한번 이상 점집을 찾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점집에 가면 항상 묻게 되고 한결같이 듣는 팔자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사진설명>사주팔자나 관상, 풍수, 손금과 같은 역술은 수많은 경험과 통계를 통해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오래된 열망과 믿음에서 출발해 첨단과학의 시대에도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이것이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돈암동 미아리고개 근처에 역술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점성촌 모습.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사주팔자는 통계학이다?=사주팔자가 운명을 100% 결정한다면 태어난 연ㆍ월ㆍ일ㆍ시가 같은 사람은 운명도 같아야 한다. 과거 전직 대통령과 날짜뿐만 아니라 태어난 시간까지 똑같은 사람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사람은 대통령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필부(匹夫)였다. 이 때문에 사주를 미신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사주 전문가들은 사주팔자는 통계학이라고 강조한다. 수천 년 동안 학자들이 실증을 통해 만들어낸 통계적인 학문이라는 설명이다. 데이터를 축적해 귀납적으로 세상사를 유추하는 통계학적 학문이라는 얘기다. 사주가 학문으로 처음 체계화된 것은 중국 당 왕조 시대 때 등장한 사주 명리학이다.

한 역술가는 “사주팔자가 전혀 터무니없다면 인간이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까지 이어져 오거나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길흉화복을 점치는 학문이었던 주역(周易)은 지금까지도 시경, 서경과 함께 유교의 경전 중 3경(三經)의 하나로 손꼽힌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주 명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사주팔자 유형은 103만8600여개에 이른다. 이 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인간의 복잡다단한 인생사를 통계학처럼 표본 추출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다른 명리학 전문가는 “사주를 통계학인지를 묻는 질문에서 미신인지 과학인지 여부가 갈린다”며 “굳이 표현하자면 일부 통계학과 심리학이 혼재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팔자는 바꿀 수 있다?=인간의 운명을 예측하는 것은 사주팔자뿐만 아니다. 사주팔자를 통해 운명을 예측하는 사주 명리학과 얼굴 등을 통해 운명을 밝힌 관상학, 손금을 활용하는 수상학, 풍수지리를 통해 운명을 알려주는 풍수지리학 등도 일맥상통한다.

이는 중국 문화권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인도 바라문교의 경전인 ‘베다’에는 손금을 활용한 수상학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손금에 대한 논문을 쓰고, 고대 로마 정치인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손금으로 부하를 판단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 학문에도 인간의 팔자가 담겨있는 셈이다.

사주팔자는 인간이 태어난 시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고정돼 있다. 하지만 최근 영화 ‘관상’이 인기를 끌면서 얼굴 생김새를 바꾸면 운명도 바꿀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끊이지 않는다.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손금성형’, ‘관상성형’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역술 전문가는 “사주팔자를 비롯해 관상학이나 수상학 모두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삼는다”며 “손금성형이나 관상성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런 학문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이자 고전 전문가인 고미숙 씨는 자신의 저서인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서 사주팔자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사주팔자를 안다는 건 지도를 가지고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주어진 명(命)을 알고 따라가되 매 순간 다른 걸음을 연출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운명론이 삶에 대한 비전 탐구가 된다. 앎이 곧 길이자 명이다.”

hhj6386@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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