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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예산안 볼모 정치싸움, 이젠 없다고 믿어도 되나
375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헌법 54조에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라고 명시돼 있다. 그 마감일이 12월 2일인데 이를 정확히 지킨 것이다. 당연히 지켜야 할 법정시한이지만 실행에 옮긴 건 2002년 이후 12년만이다. 해마다 예산안 처리 때가 되면 여야는 어김없이 몸 싸움을 벌이거나,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구태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가장 안 지키는 집단’이란 오명(汚名)이 언제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올해 이런 모습을 재연하지 않았다. 그것만 해도 우리 국회가 한 걸음 나아갔다는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국회가 마냥 잘했다고 박수 받을 일만은 아니다. 시한 준수를 위해 여야가 노력하고 지도부가 타협하고 양보한 건 인정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일등공신은 국회선진화법이다. 예산안과 관련 부수법안은 11월30일까지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정부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한 개정 국회법이 올해부터 적용된 효과가 컸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규정을 비켜갈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보다 법적 속박과 여론의 압박이란 타의가 강하게 작용한 셈이다.

게다가 이번 예산안 역시 다른 해 못지 않은 부실한 심사였다는 점도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세월호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국회가 공전을 거듭했고, 그 바람에 제대로 준비도 없이 심사에 들어갔다. 그나마 누리과정 예산 우회지원을 둘러싼 논란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며 부실을 더했다. 그러다 보니 막판 편법을 동원되는 꼼수도 있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법적 심사권이 종료됐는데도 통과일까지 비공개 심사를 벌여 최종 수정 안을 교체 상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예산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깜깜이’ 상황도 벌어졌다.

예산안의 법정시한 통과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올해가 그 원년(元年)이 돼야 한다. 회계연도 시작 한달 전에는 예산안이 확정돼야 정부는 적기에 효율적으로 재정을 집행할 수 있다. 특히 경기 회복과 사회안전망 강화관련 예산은 투입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예산안 통과 시한을 헌법에 못박은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예산안의 법정시한 준수는 사회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면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툭하면 예산안을 볼모로 정치싸움을 벌이는 고질병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는다. 그 믿음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국회는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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