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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인의 유레카> 지금 정상을 달리는 그들에게…덕불고(德不孤)!
박천규 TBWA ECD
“유명 연예인들 많이 만나고 좋겠다”

광고제작 일을 한다고 하면 주변사람들로부터 가장 먼저 듣는 말이다.

하긴 사회와 국가를 위한 거대담론에 대한 지적 자의식(혹은 관념과잉)이 충만했던 80년대 학번. 그것도 사회과학 전공자인 내 주변에는 소위 ‘딴따라’가 흔하지 않다. 평범한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대부분이니 그런 부러움(?)을 받을 만하다. 그들이 보기엔 광고바닥은 보통 일상과는 백만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흥미로운 세상으로 보일 것이다.

특히 TV나 스크린에서 보는 유명 연예인을 만나는 경험은 흥미로운 관심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처음 광고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눈을 흘기며 혀를 차셨다.

“공부해서 그런 거 하냐….” 어머니께서는 광고가 길거리 간판이나 만드는 일쯤으로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말에 조금 위안을 삼기는 하셨다. “월급은 꼬박 꼬박 나오겠구나” 하셨다. 그러다 ‘아들이 그래도 괜찮은 일을 하는 구나’라고 어머니가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내가 김혜자 선생님과 함께 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전원일기를 즐겨 보셨던 어머니께서는 내심 뿌듯해 하셨던 거 같다. 그만큼 유명 연예인과 함께 일한다는 건 때론 모든 합리적인 괴로움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비합리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명 연예인과 함께 일한다는 게 그리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솔직히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일이다.

내가 광고 일을 하면서 겪은 첫 시련도 유명 연예인 때문이었다. 제작팀 저년차 시절, 광고 온에어 시점에 맞춰 적절한 촬영스케줄을 잡아야 하는 입장에서 당시 꽤 바빴던 여자 연예인과 스케줄 조정을 하다가(실은 사정을 하다가)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솔직히 방송이 우선이죠. 광고는 나중 아닌가요?”

대중적인 커버리지가 넓은 방송에서 뜨면 광고가 많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현실을 감안하면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지만, 방송출연료의 몇 백배를 모델료로 받으면서 광고주나 광고회사를 우습게 아는 태도를, 그것도 당사자 면전에서 너무나 쉽게 보인다는 것은 정말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됐다. 광고 일에 대한 회의와 광고쟁이로서의 자괴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연예인은 뜨기 전에는 을 혹은 병, 뜨고 나면 갑이 된다. 연예인 뿐만이랴? 정상을 달리는 거대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논어를 쉽게 써놓은 책을 읽다가 좋은 말이 있어 벽에 써 붙여 놓았다.
‘덕불고(德不孤)’, 덕이 있으면 결코 외롭지 않다는 뜻이다. 평소 덕성이 부족한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지만, 이 말을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연예인들에게도 돌리고 싶다. 또 지금 정상을 달리고 있는 거대기업들에게도 돌리고 싶다. 동료, 스태프 혹은 고객들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언제나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 나갈 때 덕을 베풀면 어려울 때 덜 외롭지 않을까?


박천규 ECD는
1993년도에 광고계 입문해 SK텔레콤의‘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건강기능식품‘ 뉴트리라이트 스토리’ 캠페인, 삼성생명‘ 골든밸런스’ 캠페인 등 다수의 유명광고를 제작했으며, 1000만 관객을 넘긴 한국영화 괴물, 해운대, 명량 등의 광고제작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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