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훌륭한 정책이 나오려면 현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정책이든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경비직 종사자의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개선대책은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일 경비, 시설관리 종사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고용지원금 지원기간을 2017년까지 3년 연장하고,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분기별로 18만원씩, 매월 1인당 6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이같의 내용의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밝힌 통계치는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아파트 경비직들이 한 달에 154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는 통계치를 내놨다. “사실이 왜곡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일반기업의 정규직에 속해 있는 경비원들까지 포함시킨 평균 임금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비직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주변에는 한달에 70만~80만원을 받고 아파트 경비를 서는 장년층 근로자들이 수두룩하다. 직장을 잃으면 당장 생계에 영향을 받게 되므로 그나마 감지덕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비원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특히 하루 24시간을 2교대로 12시간씩 일하거나, 하루 24시간을 꼬박 일하고 다음날 쉬는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 일주일이면 70시간 이상 일하는 경비직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체 평균 경비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52.3 시간이라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새로 적용되는 법에 따라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의 100%가 지급된다. 이럴 경우 경비원들의월급을 올라가지만 문제는 대량해고를 염려해야할 상황이 발생한다. 경비절감 계획에 따라 각 아파트 관리소와 부녀회들이 경비원 감원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직 근로자들의 삶이 낭떠러지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월 6만원의 지원금 대책이 얼마나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지 의문이다. 정부의 통계는 잘못됐고, 현장에 대한 이해도 역시 떨어진다. 국회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들이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0월 아파트 경비원의 처우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한 경비원이 분신한 아파트에서는 경비원 78명이 집단해고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정부 정책을 비웃는 게 아니라면 이런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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