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기회의 땅’ 중국에서 탈출을 감행하는 한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국 엑소더스’가 이뤄지고 있는 것.
코트라와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중국에 신규로 현지법인을 설립한 한국기업은 2006년 2294곳에 달했던 것이 2008년 1301곳으로 절반 가량 줄더니 2010년 901곳, 2013년 817곳으로 급감했다. 올 상반기에도 중국에 신규 현지법인을 설립한 한국 기업은 고작 368곳에 그쳤다.
한국기업들의 주무대로 여겨졌던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도 보따리를 싸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현재 칭다오의 한국기업 2200곳을 포함해 산둥성 전체로는 4800개의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때 1만개 이상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서 탈출을 감행한 것이다. 박용민 코트라 칭아오무역관장의 전언에 따르면 이 곳에서 한국기업들은 한 해 평균 500개씩 줄어들고 있다.
박 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섬유, 봉제, 신발, 보석가공업을 하는 중국내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이 급락하며 그 숫자가 급격히 줄었고 이들은 대거 베트남, 미얀마 등지로 이전해 나갔다”고 말했다.
10여년전 전북 익산에서 칭다오로 대거 건너온 보석가공업체 500여곳도 현재는 절반인 250곳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 중 가장 먼저 진출하고 사업규모도 컸던 H사는 한때 3개 공장을 운영하며 2000명의 종업원을 뒀으나 지금은 디자인 업무를 중심으로 종업원수를 300명 수준으로 줄였다. 임가공은 중국 기업에 외주로 맡겼다.
중국에서 보따리를 싸기는 한국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 등 해외기업들도 대거 보따리를 싸고 있다. 산둥성엔 2005년께 일본 기업이 2000개 가까이 사업을 벌였으나 지금은 1000개 가량으로 줄어든 상태다.
중국 전체로도 세계 1위 검색 엔진업체인 구글, 미국 최대 전자제품 소매 판매업체 베스트바이, 독일 전자제품 소매 판매업체 메디아막트 등이 중국에서 두 손을 들고 철수했다. 대기업만 해도 최근 몇 년새 미국 130개, 영국 30개, 이탈리아 28개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중국 엑소더스 바람은 중국내 인건비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 때문이다. 올해 중국 지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인상폭은 16.9%로 중국정부는 최저임금을 앞으로도 매년 평균 13% 인상할 계획이다.
이보다 더 큰 원인은 중국의 외국기업에 대한 정책변화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외자기업에 주던 세제, 고용, 입지 혜택을 없앤데 이어 2011년엔 근로자 사회보장 면제 혜택도 없앴다.
박 관장은 “그러다 보니 중국 본토기업들과 외국기업이 맨몸으로 경쟁을 벌이게된 셈인데 ‘관시’(關係)의 나라인 중국에서는 같은 법이라도 본토기업에는 더 유리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회계, 노무 등 전문부서를 둔 대기업들은 그나마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나갔으나경영시스템이 낙후된 중소기업들은 각종 외자기업 혜택이 없어지자 그대로 도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투자기업 본국의 불경기로 추가 해외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을 잃어가는 것도 중국내 외자철수 추세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주로 해외로 수출해온 기업들은 전세계적 경기침체로 수출길이 막히자 부득이하게 중국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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