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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의료사망사고, 있으나마나한 조정제도는 개선해야”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고(故) 신해철의 안타까운 죽음이 결국 진실공방을 거쳐 의료소송으로 가게 될 전망이다.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소장과 심낭(심장을 둘러싼 주머니)에서 각각 1㎝와 0.3㎝ 가량의 ‘천공’(구멍)을 발견했고 사인은 복막염과 심낭염에 따른 패혈증이었다. 국과수는 브리핑을 통해 두 개의 천공 중 심낭에 생긴 천공에 대해 ‘의인성 천공’ , 즉 사람에 의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혀 향후 본격적인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의료사고로 인한 억울한 죽음은 사실 일반사람들에게는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다. 지난해 의료소송 건수가 이미 1000여건을 넘어섰고 2000만원이하 소액사건의 경우까지 합한다면 알려지지 않은 각종 의료사고는 그 몇 십배는 될 것이라고 의료계는 추정한다. 소송까지 가도 피해자가 의료전문가인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승소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이다. 의료소송에서 원고 승소율은 2010년 26%에서 지난해 30.6%로 소폭 증가하는 추세라지만 의사와 병원의 과실을 온전히 입증해 완전 승소하는 비율은 1%도 넘지 못한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고 신해철의 경우 그나마 고인과 그 지인들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가수’이자 ‘소셜테이너’로 여론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고의 여론화가 가능했지 일반인이라면 꿈도 못꿀 일이다. 황당하고 억울하지만 그저 조용히 병원의 ‘처분’만을 기다릴수 있을뿐이다. 소송전 절차인 ‘의료분쟁조정제도’라는 제도가 있지만 당사자인 병원들이 자신들이 불리할 경우 조정에 불응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평가된다. 피해자가 조정을 신청해도 병원이 14일 이내에 이에 응하지 않으면 조정 절차가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 어차피 소송으로 가더라도 병원이 패소하는 비율이 30%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들이 아예 조정제도 자체를 무시하고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의료사고 분쟁이 병원만의 과실로 일어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 억울함을 해소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 수 있기에는 우리나라의 의료소송 문화자체가 너무나 편향되어 접근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약자인 피해자등을 위해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등 다양한 구제책을 마련해놓고있다. 우리나라도 억울한 죽음이 있다면 무엇이 진실인지 알 권리가 있는 유족들을 위해 낙후되어 있는 의료분쟁과 의료소송 문화에 대한 제도 개선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할 것이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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