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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이슈] 옷 한벌로 28억弗·피 한방울로 45억弗…세상을 바꾼 ‘젊은 생각’
땀에 젖은 옷이 싫었던 플랭크
합성섬유 스포츠티셔츠 개발
연매출 30억$ 돌파 대박

패스트패션 ‘포에버21’ 장도원
‘21세 마음가짐’으로 승승장구
뉴 리치 키워드는 혁신·도전



[특별취재팀=성연진 기자] 메릴랜드 대학의 미식축구부 주장이었던 케빈 플랭크(Kevin Plank)는 게임을 끝내고 휴식을 취할 때마다 땀에 젖은 무거운 옷이 싫었다. 1996년 졸업 후 돌아가신 할머니 집 지하실에서 여성 속옷 재질의 합성섬유를 발견한 그는, 그 소재가 가볍고 땀에 잘 젖지 않는 운동복을 만드는 데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글로벌경제전문방송 CNBC가 ‘나이키의 경쟁자’로 지목한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Underarmour), 그리고 28억 달러(약 2조93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뉴 리치 케빈 플랭크는 이렇게 탄생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남과 다른 생각으로 젊은 날 신흥 부호 자리에 오른 이들은 대개 IT 엔지니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혁신은 IT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스포츠 티셔츠에도 다른 상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운동 후 흘린 땀처럼 늘 곁에 있다. IT 기기 말고도 티셔츠 한 장, 음료 한 캔에서 새로운 부호가 탄생하는 이유다.


▶뉴 리치 탄생시킨 ‘젊은 생각’ = 언더아머의 창업자 케빈 플랭크는 사실 주목받는 풋볼 선수가 아니었다. 세인트존스대 부속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스카우터들로부터 외면당하다 메릴랜드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입학 후 발렌타인데이 때마다 장미를 팔아 1만7000달러를 벌었다. 이는 훗날 언더아머의 사업자금이 됐다.

신생 스포츠 브랜드 언더 아머는 품질만으로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스포츠 브랜드와 경쟁은 어려웠다. 이에 플랭크는 대학의 운동장비 관리자들과 직접 대면해 제품을 소개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로를 개척했다. 새로운 방식이었다.

판매방법의 차별화는 지난 5년간 언더아머의 주가를 1025%나 끌어올렸다. 올해 매출은 처음으로 3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플랭크는 여전히 자신을 언더독(Underdogㆍ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이라 일컫는다. 젊은 날 초심을 이어나가고자 노력의 일환이다.

이같은 뉴리치는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100대 부자. 골드만삭스와 패션전문잡지 틴보그(teenvogue)가 선정한 10대 소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1위. 미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포에버21(Forever21)’의 설립자 장도원(59)씨는 아예 사명에 자신의 신념을 담았다. 21은 장 씨가 매일 21세의 마음을 간직하고자 붙인 것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명동에서 커피를 나르던 그는 1981년 아내와 함께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가 3년 간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주유소와 커피숍 점원, 경비업무까지 하루에 3가지 일을 하며 모아놓은 돈으로 작은 옷 장사를 시작했다. 10대를 타깃으로 유행을 재빨리 쫓는 방식의 옷장사는 1년에 7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6개월에 점포를 하나씩 늘렸다. 밑바닥부터 시작한 20대 이민자는 이제 전 세계에서 매년 3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브랜드 오너가 됐다. 현재 장씨 부부보다 자산이 많은 한국인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단 셋 뿐이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업은 계속해서 젊어져야 한다”(All businesses need to be young forever). 매일 21세의 마음으로, 포에버 21이 나날이 성장하는 비법인지 모른다.

▶음료 한 캔에 담긴 ‘혁신’ = 러스 와이너(Russ weinerㆍ44)는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호 리스트에 처음으로 올랐다. 2001년 록스타 에너지(Rockstar Energy)로 에너지 음료 사업에 뛰어든 와이너의 자산 규모는 25억 달러로 추정된다. 와이너는 아버지가 유명한 라디오 진행자고, 자신도 1998년 캘리포니아 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는 등 밑바닥부터 올라온 자수성가형 부호는 아니다. 그러나 와이너가 에너지 음료 시장에서 보인 사업수완은 이러한 배경과는 구분해서 평가될만 하다.


와이너는 2001년 록스타 음료를 내놓으면서 타 에너지 음료와 2가지를 차별화했다. 우선 높이를 더 키운 ‘톨-보이’(tall-boy) 캔 형태의 에너지 드링크를 처음 내놓았다.

또 TV광고 대신 모토크로스(motocross, 오토바이를 타고 하는 크로스컨트리 경주) 같은 스포츠 경기와 록 페스티벌 스폰서로 나서는 방식으로 홍보에 나섰다. 이는 록스타가 에너지 소모가 많은 운동선수나 록 뮤지션들의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해 원료를 과학적으로 배합했다는 주장과 잘 맞아떨어졌다. 올해 록스타는 7억13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음료 만큼이나 흔한 요구르트로 빌리어네어에 오른 이도 있다. 함디 울루카야(Hamdi Ulukayaㆍ42)는 1997년 25세에 영어를 배우러 미국에 왔다가 2005년 그리스식 요구르트 회사 초바니(Chobani)를 설립했다. 초바니는 터키어로 ‘양치기’를 뜻한다.

초바니 설립은 미국에서 공부하던 아들을 찾아온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계기가 됐다. 미국식 요구르트를 맛본 뒤, “이걸 요구르트라고 먹느냐”는 핀잔에 울루카야는 ‘맛있는 그리스 요구르트를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울루카야는 2007년 뉴욕주 외곽에 있는 85년된 요구르트 공장을 100만달러에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그가 첫 그리스 요구르트 제품을 내놓은 후 5년 만에 연매출 10억 달러, 미국 내 시장 점유율 1위 요구르트 기업이 됐다.

울루카야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나와 내 가족이 맛있게 먹지 못하는 요구르트는 절대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을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문화 자본 이겨낸, 컬처 리치=막대한 제작비로 현란한 영상을 선사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틈바구니 속에서 저예산 고효율 영화를 전문으로 제작해 170억 달러의 수익을 거둔 영화사가 있다.

라이언 카바낙(Ryan Kavanaughㆍ41 )이 2004년 세운 ‘릴레이티비티 미디어’(Relativity Media)는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들이 아이언맨 같은 슈퍼 히어로에 현혹돼 있을 때 ‘세이프 헤이븐(Safe Haven,2013)’과 같은 영화로 수익을 거뒀다. 세이프 헤이븐은 2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수익을 내는 영화제작에 나서게 된 데에는 카바낙이 본래 벤처 캐피털에서 일부 할리우드 영화의 자금 조달을 자문했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카바낙은 이 과정에서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취약한 재무상태를 깨닫고 채산성이 높은 영화 제작과 배급으로 10억 달러 신흥 부호 반열에 올랐다.

문화예술계에서 성공신화를 새로 쓴 이는 또 있다. 바로 존 레논, U2, 패티 스미스 등 최고의 스타들의 앨범 제작에 참여한 프로듀서 지미 아이오빈(Jimmy Iovineㆍ61)이다. 음악이 좋아 레코드사의 녹음실 청소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한 아이오빈은 ‘좋아하는 일로 부호 대열에 오른’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대학 진학 대신 레코드사의 엔지니어를 거쳐 유명 앨범 프로듀서로, 그리고 2002년에는 힙합가수 에미넴의 영화 ‘8마일’의 공동제작자로 활약하던 그는 2006년 유명 힙합가수 닥터 드레(Dr. Dre)와 손을 잡고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설립했다.

그리고 비츠를 현재 미국 헤드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키워냈다. 닥터 드레 헤드폰은 개당 가격이 수십만원을 호가하지만 레이디 가가를 비롯한 세계적 가수들과 할리우드 배우들이 자주 착용하며 유명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박태환 선수가 경기 전 착용해 ‘박태환 헤드폰’으로 많이 알려져있다.

이 회사는 음악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인 ‘비츠 뮤직’도 운영해 최근 30억 달러에 애플에 매각했다. 아이오빈의 재산은 9억7000만 달러로, 다른 뉴리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가 평생 꿈꾸던 일을 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자산 규모는 그리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미모보다 실력으로 승부=금발의 아름다운 디자이너, 토리 버치(Tory Burchㆍ48)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런칭한 것은 불과 10년 전인 2004년이다. 10년 만에 토리버치는 전세계에 120개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운 자산 규모 10억 달러의 스타 디자이너가 됐다.

토리 버치는 디자이너 이전에도 사교계의 유명인사였다. 어머니 리바(Reva)는 말론 브란도 등과 데이트를 한 전직 배우였고, 유명 투자가인 아버지는 그레이스 켈리와도 염문을 뿌린 바 있다.


그러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토리버치의 성공은 오히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다. 사교계 여성 가운데 사업적 성과로 인정받은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베라 왕, 랄프 로렌 등에서 홍보 업무를 맡았던 그는 실제 디자이너가 된 후, 인맥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머니 이름을 딴 플랫슈즈 ‘리바 발레리나 플랫’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라코스테의 테니스 셔츠, 캘빈 클라인의 브리프 팬티와 함께 공전의 히트 아이템으로 선정한 바 있다. 2008년에는 마크 제이콥스와 마이클 코어스를 제치고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액세서리 디자이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토리 버치처럼 금발의 미녀 부호는 또 있다. 사업가라기보단 과학자에 가까운 엘리자베스 홈스(Elizabeth Holmes) 테라노스(Theranos)사 대표다. 올해 서른인 그는 2003년 바이오 메디컬 회사인 테라노스사를 설립했다. 테라노스사는 혈액 한 방울로 최소 30가지 이상의 각종 질환을 검사해낼 수 있는 혈액검사 키트를 개발해 의료계는 물론 산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홈즈는 2003년 중국을 강타한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을 계기로 혈액 검사를 기존보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과 신입생이었던 그는 학교를 중퇴하고 직접 회사를 차렸다. 창업후 10년 간 테라노스는 소수의 투자자들을 설득해 자금을 유치한 후 연구와 제품 개발에만 몰두했고, 이는 기술의 유출이나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형 바이오 회사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홈즈의 자산은 45억 달러로 추정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미국의 시장 전문가들은 테라노스사의 회사 가치를 90억 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또 현재 18개의 미국 특허와 66개의 비 미국권 특허를 개인자격으로 보유하고 있다. 다른 과학자들과 공동개발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특허만 100건에 이른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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