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인사이드]포스트 슈퍼리치, ‘아버지의 얼굴로...’

[특별취재팀=권남근 기자] 아들은 아버지를 닮습니다. 자라면서 성격과 얼굴 생김새도 많이 비슷해집니다. 최근 재계에 주목되는 사진들이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의 바뀐 프로필 사진입니다. 오래돼 바꿨다는 게 표면적 이유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아버지의 얼굴이 역력히 묻어납니다.

이재용(46) 부회장의 사진은 예전에 비해 더욱 중후해졌습니다. 젊은 시절엔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를 많이 닮은 듯했으나 세월이 흐를수록 이건희 회장의 얼굴이 겹쳐집니다. 이 부회장의 기존 사진은 10년 전 30대 시절입니다. 그동안 그는 부회장까지 승진했고 경험도 쌓았습니다. 지금은 40대. 나이의 무게감 외에 최근 그의 어깨에 짊어진 짐(?)은 더욱 큽니다. 아버지는 병상에 있습니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업 실적 악화로 중대한 기로에 섰습니다. 새로운 사업과 진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혁신과 쇄신이 늘 머리를 지배하고 있을 것입니다. 방법과 시점이 문제일 겁니다. 그룹의 명운이 그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부담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외로움을 수반할 것입니다. 수많은 보고서와 참모들의 조언도 있겠지만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절대적 고독’을 견뎌내야 하는 것은 이 부회장 만의 몫입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그를 둘러싼 이슈입니다. 마침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 0.1%씩의 매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회장과 관계된 파편적 정보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흐름과 종착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초가 됩니다. 크게 보면 일련의 움직임들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의 과정 중 하나일 것입니다.

각론에서의 해석은 시각에 따라 분분합니다. 이번 생명과 화재의 지분 인수와 관련, 삼성생명은 삼성 금융계열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회사입니다. 지분 규모를 떠나 전자와 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도 넓어졌습니다.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을 대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외 재계 인사는 물론 지도자급 인사들과도 잇달아 만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이끌 차세대 후계자로서 ‘글로벌 경영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슈퍼리치-인사이드]포스트 슈퍼리치, ‘아버지의 얼굴로...’

재계 3세들 중엔 막내격이긴 하지만 현대중공업 정기선(31) 상무도 최근 승진 시점에 사진을 바꿨습니다. 그는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입니다. 정 상무는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에 재입사해 경영기획팀과 선박영업부 부장을 동시에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았습니다.

정 상무는 2009년 1월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입사한 바 있습니다. 같은 해 8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을 떠났지요. 이후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한국지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정 상무는 지난해 말에도 승진 언급이 있었지만 그냥 넘어가고 이번에 상무보를 넘어 상무로 바로 승진했습니다. 본격적인 3세 경영으로 해석됩니다. 정 상무는 재계 3세들의 모임에도 참석하며 다른 그룹의 3세들과도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은 그 사람의 현재의 기록입니다. 이 부회장과 정 상무는 각각 30대와 20대의 얼굴을 뒤로하고 오늘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들의 얼굴이 다시 바뀔 10년 뒤, 삼성과 현대중공업은 각각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그리고 모두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이 돼 있을까요. 사실 그 답은 바로 지금, ‘그들의 얼굴’에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