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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우외환 오바마, 불안한 ‘카터시대’ 닮은꼴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미국인 참수와 에볼라 공포 확산 등 내우외환으로 레임덕 위기에 직면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5년 전 대통령인 지미 카터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터 대통령(1977~1981년 재임)은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와 제2 차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등을 성공시켰지만, 이란 대사관 인질사건과 경기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재임기간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월 4일 중간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오바마 정부의 현 상황이 문제적 ‘카터 시대’를 연상케 한다고 보도했다.

▶카터-오바마 ‘닮은꼴’=카터와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민주당 출신이다. 취임 당시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카터 정부는 70년대부터 지속된 경제불황 극복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타격을 입은 정치 쇄신을 이뤄내야 했다. 오바마 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매듭짓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피폐해진 경제를 본 궤도에 올려놔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두 지도자는 모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국민적 지지를 상실했다. 

대내적으로 카터는 2차 석유파동 이후 인플레이션과 불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완연했던 경제 회복세가 주춤한데다 미국 본토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공중보건 최대 강국의 방역선이 뚫리는 허점을 드러냈다.

두 대통령은 야당 공화당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저자세 외교’도 닮았다. 카터는 1979년 이란혁명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용인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이란의 미 대사관 인질사건과 관련해 이란을 공격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힘을 약화시킨 상징으로 간주됐다. 이는 1980년 재선에서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에 패배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의 조기 척결을 방치했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막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두 지도자는 정치경험이 부족하다는 유사점이 있다. 조지아 주지사 출신인 카터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는 정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두 대통령이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과 교류하기 보다 가족이나 측근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지적했다.

FT는 “러시아 불곰의 귀환, 시리아에서의 미국인 참수, 미국 본토에서의 에볼라 감염, 이 모든 현안을 처리할 워싱턴 정가의 능력 부재, 여기에 백악관 침입자의 실탄 5개를 찾아 헤매는 부실한 경호팀까지 오바마 정부에 대한 냉소주의가 만연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리더들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관련 기관은 반복적으로 실수를 하며, 아무도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카터 시대와 닮았다고 전했다. 


▶오바마-카터 다른점은=카터보다 오바마가 더 심각한 것은 공화당의 공격 뿐만 아니라 측근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은 이달 초 출간한 회고록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지도자로서의 열정보다 법학 교수의 논리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오바마의 대책없는 이라크 철수와 시리아 온건 반군에 대한 지원 거부가 IS 세력확장을 도왔다”며 “오바마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우리는 IS와 30년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뺄 생각에만 골몰한 나머지 자신이 세운 전략도 자신이 임명한 장군도 신뢰하지 못했다”고 맹비난했다.

오바마 1기 행정부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의 시리아 정책은 실패했다”며 “위대한 국가는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한데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원칙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마라(Don’t Do Stupid Stuffㆍ무모한 군사행동 자제 의미)’는 오바마의 외교 독트린을 정면반박한 것이다.

심지어 카터 전 대통령도 오바마에 일격을 날렸다. 카터 대통령은 이달 초 90세 생일을 기념한 인터뷰에서 “우리(미국 정부)는 너무 오래 기다렸다. IS가 시리아 내부에 국한돼 있을 때 돈과 능력, 힘을 모으고 키우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카터는 미국 ‘최강의 전직 대통령’답게 오바마에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라크에서 공습을 계속하고 지상군이 뒤따르도록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며 “목표물을 제대로 겨냥할 수 있게 미사일 폭격 지점을 알려주고 공습 후 진입해 IS와 맞써 싸울 누군가는 지상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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