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최근 한 가수의 ‘탈모’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방송에서 “아들에게 재산은 물려주지 않겠지만, 탈모는 모르겠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것. 그는 또 “내가 30살 정도에 탈모가 시작됐는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며 “아들도 조만간 탈모가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 이후 인터넷에는 한동안 탈모와 유전이 인기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흔히 대머리로 불리는 남성형 탈모는 이마의 양쪽 끝 머리 선이 뒤로 밀리면서 M자 모양의 모발선이 나타나고, 이어 정수리 부위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탈모의 한 형태다. 여성형 탈모, 원형 탈모와는 달리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탈모 환자의 81.5%에서 아버지가 중등도 이상의 탈모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남성형 탈모는 부모 가운데 대머리 유전자가 있는 경우 자녀가 이 유전자를 물려받으면 나타날 수 있다. 같은 형제라도 대머리가 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반면 여성은 대머리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도 남성에 비해 대머리가 될 확률이 낮다. 대머리 발현을 좌우하는 남성 호르몬의 농도가 낮기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Dihydrotestosterone)으로 바뀌는데, DHT가 모낭세포의 특정 부분과 결합하면 모낭이 점점 위축되고 탈모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탈모 유전자가 있는 남성의 경우 남성 호르몬 수치가 정상 수준이어도 5-알파 환원효소 수치가 높기 때문에 DHT를 과다 생성해 탈모가 나타난다.
탈모는 대개 20대 중반부터 시작되는데, 남성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는 사춘기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청소년기에도 대머리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머리 발생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현상은 육류 위주의 식생활과 잘못된 생활 습관, 외부 환경 호르몬의 노출, 성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 증가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형 탈모는 탈모를 유발하는 생활습관 등을 개선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예방법이 없기 때문에 탈모가 발생하면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 탈모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탈모 초기에는 두피 관리와 약물 요법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탈모가 진행될 수 있다. 만약 탈모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모발이식수술을 받는 것 외는 방법이 없다.
모발이식은 DHT의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머리 숱이 부족한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모발이식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옮겨 심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고 다른 사람이 이식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워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이식 후 한 달에 걸쳐 심은 머리의 상당수가 빠진 후 3개월 이후부터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이식된 모발 가운데 80~90% 이상은 원래 머리처럼 자라게 된다. 대구 우리들의신경외과 김정득 원장은 “탈모 치료는 시기를 놓칠 경우 탈모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면 서 “머리카락 빠지는 개수가 점차 늘면서 가늘어지고 색이 옅어지면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서둘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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