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달러 규모의 러시아 경제에서 원유ㆍ천연가스 판매 수입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유가 하락으로 원유 수입이 줄면 대외 신인도가 약해져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어려워진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원유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제 유가가 6월 이래 23% 넘게 곤두박질치면서 러시아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서방의 대러제재보다 유가 하락이 러시아 경제에 더 큰 하방압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여가던 지난 여름 내내 가치 하락을 비교적 잘 방어해온 루블화가 최근 들어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10일 동안 60억달러를 풀며 적극 개입에 나섰지만, 13일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서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40.50루블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새롭게 갈아치웠다.
모스크바 소재 컨설팅업체 매크로어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웨퍼는 모스크바타임스에 “루블화는 ‘석유 통화’(petro-currency)”라며 “실제로 8월 초 이래 원유 가격이 8% 떨어지자 달러-유로 바스킷에 대한 루블화 가치가 9%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유가 하락으로 내년 세입예산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 정부가 거둬들이는 국세수입의 45%가 원유에서 나올 정도로 비중이 커서다.
때문에 타치야나 네스테렌코 러시아 재무부 제1차관은 유가와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세입 결손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13일 밝혔다.
러시아가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 기초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다. 브렌트유 가격이 이날 배럴당 88.89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것과 비교해보면 큰 폭의 차이가 난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비해 조성한 예비금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네스테렌코 제1차관은 세입 결손금을 충당하기 위해 향후 3년 간 에너지 예비금 740억달러의 절반 정도를 써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유가가 지금처럼 약세를 지속하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찰스 로버트슨 르네상스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92~93달러에 도달해야만 러시아 경제 성장에 긍정적 전망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유가가 90달러에 그치면 내년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0.4% 포인트 위축되고, 80달러까지 떨어지면 1.7%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