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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경제학상을 놓친 수재들...자본주의 흐름을 거스른 죄?
佛 티롤 교수 수상 계기로…해롯 · 모리시마 등 관심 집중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프랑스의 장 티롤(62) 툴루즈 1대학 교수에 돌아가면서 역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티롤의 수상은 관행화된 미국 주류 경제학계의 노벨상 독식구조를 깨뜨리며, 그동안 소외됐던 경제 석학들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4일 “생전에 경제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이 의아한 학자들이 많다”며 노벨 경제학상을 놓친 수재들을 소개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놓친 수재들=노벨경제학상은 서방 특히, 미국에 집중됐다. 역대 수상자 중 미국인은 53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영국(7명), 프랑스ㆍ노르웨이(각각 3명) 순이다. 비서양인 수상자는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이 유일하다.

노벨경제학상이 서구에 치중된 이유는 ‘태생의 한계’에 있다. 100년이 넘은 다른 노벨상보다 역사가 짧은 노벨경제학상은 스웨덴중앙은행의 창립 300주년을 맞아 1969년 신설됐다. 때문에 근저에는 친(親)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성향이 깔려 있고 여기서 벗어난 학자는 배제되는 경향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 옥스포드대의 로이 해롯(1900~1978) 교수다. 해롯은 존 케인즈의 거시경제 동학(動學) 분석의 선구자다. 개념적인 케인즈 이론을 수학과 통계를 이용해 경제과학으로 발전시킨 ‘해롯-도마 성장모델’의 창시자이고, ‘내생화폐이론’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로이 해롯 교수

또 불완전 경쟁이론과 국제경제ㆍ금융이론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노벨상은 해롯을 외면했다. 해롯의 경제동학이 자본주의 안정성에 의문을 던지는 ‘위험한 이론’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학자 존 로빈슨(903~1983)도 마찬가지다. 로빈슨은 케인즈파의 정통 계승자로 독점적 경쟁이론을 구축했다. 그는 기업이 생산요소를 자유롭게 바꿀수 있는 미국 경제학자들을 정면 반박하면서 고정적인 생산 요소를 전제로 투자 이론을 전개했다. 말년에는 중국 공산주의 혁명에 동참하는 등 반(反) 자본주의ㆍ자유주의 성향을 노골화하면서 노벨상과는 더 멀어졌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모리시마 미치오(1923~2004) 런던정경대 교수가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칼 마르크스 ‘자본론’에 나타난 경제이론을 현대경제학의 수학적 분석방법을 이용해 연구한 것이 노벨상 선정위원회의 미움을 샀다. 
모리시마 미치오 교수

닛케이는 “최근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21세기 자본’을 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노벨경제학상 후보가 될 수 있는 지를 묻는다면 많은 전문가들은 ‘무리’라고 답할 것”이라며 “이것이 노벨경제학상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경제학상 45년, 시대별 트렌드는=노벨 경제학상 역대 수상자 면면을 보면 시대별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다. 1970년대에는 밀턴 프리드먼, 존 힉스, 프리드리히 하이예크 등 경제학 거장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1980년대는 경제학계 중심 인물들이 수상했다. 기업 투자이론을 분석한 ‘q이론’과 ‘토빈세’,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으로 유명한 제임스 토빈과 소득과 저축률 관계를 분석한 프랑코 모딜리아니 등 시장의 한계에 주목한 ‘케인지안’의 수상도 눈에 띄었다.

1990년대는 시장 만능을 주장하는 ‘시카고 학파’가 득세했다. 로널드 코스, 게리 베퍼, 로버트 루카스가 잇따라 수상해 미국인 독식이 가중됐다. 2000년 이후 시카고 학파의 독점은 사라졌지만, 미국 중심 수상자 선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분야 창시자나 대표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화와 학제화 경향이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올해 수상자 티롤 교수처럼 “경제학과 심리학의 상호교류를 통해 탄생한 행동 경제학 등 학제적 분야가 수상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경제학 제국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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