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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경제 ‘유휴(遊休)상태’에 빠져들다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쓰지않고 놀린다는 의미의 ‘유휴(遊休).’

한국 경제가 유휴 상태에 빠져들었다.

한집 건너 구직을 접은 노총각이나 쉬고 있는 가장이 있는가 하면 쉴새 없이 돌아가야할 공장설비는 물건 팔 곳을 찾지 못해 일부 멈춰섰다.

국내 뿐 아니다. 선진국도 유휴경제로 성장에 발목이 잡히면서, 우리의 수출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최근 “실업 개선에도 노동시장에 상당한 유휴경제력이 존재한다”고 했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의 유휴경제력이 현재 상당한 수준이며 축소 속도는 매우 느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경환 경제팀의 내수부양책은 경기 급락을 막는 데 긍정적”이라면서도 소득증대에 방점을 둔 단기 부양책은 지속하기 어렵고,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에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쉬고 있는 사람과 놀고 있는 설비투자를 최대한 가동시켜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단기 부양책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총생산(GDP)에서 잠재 GDP를 뺀 GDP갭은 2011년 4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한국 경제가 생산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내년 하반기가 돼야 GDP갭이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세월호 사태로 소비 등 심리가 악화되면서 마이너스 GDP갭이 확대됐다. 최근의 물가상승률 둔화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GDP갭의 고착화를 우려한다. 우리나라의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도달하는 게 요원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실업률은 최근 들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 8월 3.0%에서 올 8월 3.3%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3%대 실업률을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청년 구직난은 이제 뫼비우스의 띠 만큼이나 풀기 어려워졌다.

실제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는 ‘취업준비자’는 작년 8월 57만6000명에서 올 8월 59만명으로 증가했다. ‘쉬었음’ 인구는 145만명에 달한다. 구직단념자(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자 중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사람)는 지난 8월 45만4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9만1000명이나 늘었다.

이승훈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잠재 실업자가 상당부분 존재한다. 비경제활동인구에 대한 고용확대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도 놀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2012년 8월부터 장기평균(78.2%)을 밑돈다. 올 1~7월 이 비율은 장기평균을 1.4%포인트 하회했다.

결국 유휴 자본이 발생하면서 신규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재고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재고율은 올 3월 118.5%에서 8월 122.9%로 높아졌다. 소비 촉진과 수출 확대만이 유휴 자본을 없앨 수 있다. 그래야 재고가 사라지고 설비투자가 확대된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혁신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생산비를 줄이고 중국 이전이 예상되는 주력 업종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신성장동력 육성에는 기업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인데, 과거와 달리 기술의 주기가 짧고 기술 개발과 전문가 양성에 많은 시간과 투자자금이 소요돼 기업이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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