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공사 지원인력 2000여명 희망퇴직 받을듯
-박시장 대권행보 스타트?…서왕진 정책특보 총괄
[헤럴드경제=이진용ㆍ최진성 기자] 서울시가 부채로 허덕이는 서울메트로(이하 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이하 도철)를 합병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3조원이 넘는 양대 지하철공사의 부채와 열악한 재정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서울시는 양 공사 태스크포스(TF)와 함께 논의한 구체적인 합병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13일 “메트로와 도철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양 공사에서 희망퇴직을 받아 인원을 감축하고 같은 업무를 통합하는 단계적인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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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지하철공사를 경쟁체제로 운영해 경영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당초 기대와 달리 서울시 재정에 부담이 될 정도로 비효율이 커졌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양 공사가 자체적으로 경영을 개선하는데 한계에 도달한 만큼 물리적인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서울시가 주요 산하기관의 경영컨설팅을 의뢰한 글로벌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최초보고서’에도 양대 지하철공사의 합병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는 양 공사의 콜센터, 관제시스템 등을 통합하고, 공사발주, 물품구매, 사업개발 등을 공동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도철의 역무 업무 전체를 민간에 위탁하고, 양 공사의 임직원 20~30%를 감축하는 방안도 내놨다.
예상보다 파격적인 보고서의 파장을 우려한 서울시는 올해 초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합병’을 빼고 ‘협업’으로 문구를 정리했다. 당시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그러나 양대 지하철공사의 부채가 시 재정과 시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다시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울시가 노동조합 출신을 메트로 사장에, 경영전문가를 도철 사장에 각각 임명한 것도 합병을 염두해둔 인사라는 분석이다.
합병의 큰 틀은 맥킨지의 최초보고서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04년 이명박 시장 시절 비공식적으로 논의된 이후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와 양 공사는 TF에서 맥킨지 보고서를 토대로 합병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대 지하철공사의 합병은 박원순 시장의 ‘대권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과 대중교통환승시스템, 버스중앙차로제 등의 업적을 쌓으면서 행정력과 추진력을 검증받은 것처럼 박 시장도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양대 지하철공사 합병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대권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업적이 없다는 게 박 시장의 최대 약점”이라면서 “집권 2기에는 굵직한 ‘대권용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양대 지하철공사의 합병을 힘이 있는 집권 초반에 밀어붙여 집권 후반에 합병 효과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양 공사 노조는 발끈했다. 도철 관계자는 “메트로와 도철의 분리는 노조가 시민의 발을 무기 삼아 파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면서 “최근 파업 등 극한 투쟁이 없다고 합병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받아 인력을 수천명 감원해도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효과를 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면서 “지하철 부채 문제는 과도한 무임승차로 발생한 만큼 정부나 서울시가 이를 보전하는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합병 논의는 서왕진 서울시 정책특보가 총괄하고 민만기 도철 감사와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로 가 있는 김상범 전 서울시 제1부시장 등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올해 국정감사가 끝나는대로 최종 합병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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