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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동강 난 홍콩 민심…시위 찬반 사분오열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9일째로 접어든 ‘센트럴을 점령하라’ 홍콩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 내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번 시위가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정치적 권한과 직접 선거권 확보 등 민주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 기저에는 부의 불평등이 자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동강 난 홍콩 민심=시위대 내부는 강경론자와 대화론자라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정부가 청사 봉쇄 해제와 대화를 요구하자 온건파 시위대는 청사 봉쇄를 일부 해제했다. 그러나 강경파는 “봉쇄를 푸는 것은 항복이나 다름없다”며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쇼핑대국’ 홍콩 상인들은 매출하락에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다. ‘중추절’ 시위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는 생계 위협을 호소하며 또 다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 야경을 수놓은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

세대 간 갈등은 더욱 극명해졌다. 시위 가담자 대부분이 20~30대 젊은층으로 10대 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반면 중장년층은 초반 지지를 보이다 급격히 시들해졌다. 일부 학부모들은 휴교령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한다며 시위대 해산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미디어 그룹 억만장자가 시위대 학생들을 공개 지지해 파문이 일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홍콩의 억만장자 민주주의자인 지미 라이 넥스트미디어 회장을 집중 조명하면서 “중국 정부 위협과 중상에도 아랑곳 않고 시위 학생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계 거물인 라이 회장은 홍콩 민주화 시위 동안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정부 청사 밖 시위대 캠프에 가담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학생 리더들과 말하지 않는다”며 “내가 주도권을 쥐어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광둥성 출신인 라이 회장은 12살에 홍콩으로 건너와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아시아 대표 의류 브랜드인 ‘지오다노’를 만들었고 이후 미디어업계로 진출해 중국 중앙정부를 비판하는 지역 매체를 설립했다. WSJ은 “라이 회장의 성향은 친중 세력이 대부분인 홍콩의 자본가들 사이에서 드문 경우”라고 평가했다.

라이 회장은 지난해 2월부터 ‘센트럴을 점령하라’ 시위를 공식 지지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 관영 매체의 정기적인 중상모략에 시달리고 홍콩 마피아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았지만,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라이 회장은 “비록 중국 정부가 물러서지 않고 2017년 민주선거를 쟁취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난 몇 주는 한 세대를 영원히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함께한 투쟁은 홍콩 시민이 결코 침묵하지 않고 중국 공산당이 원하는 순종적인 시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몸만 간신히 누울수 있는 철제망 ‘새장집’.

▶초고층 빌딩 vs 새장집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부의 불평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아시아 최고 야경을 뽐내는 홍콩 해안의 즐비한 초고층 빌딩 이면에는 철제망으로 만들어진 ‘새장’ 아파트에 살고 있는 홍콩 빈곤층이 자리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불평등에 관한 것”이라며 “불만 뒤에 자리한 실제 이유는 단순히 본토의 영향력보다는 시장 지배와 관련된 불평등에 있다”고 지적했다.

본토 인구 유입에 따른 싹쓸이 쇼핑과 살인적인 집값상승, 여기에 청년실업 급증은 서민과 젊은층의 고통을 심화시켰다. 시위대 대부분이 20~30대 젊은층인 것도 그 방증이다.

홍콩 집값은 2009년 이후 두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에만 평균 30%가량 폭등해 세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일례로 약 4.8평 크기의 민영아파트가 100만홍콩달러(약 1억 3560만원)에 달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홍콩의 공공주택정책은 10년 이상 연기됐고, 가중된 주거난은 몸만 간신히 누울수 있는 철제망 ‘새장집’ 확산을 부추겼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2011년 0.537로,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니계수가 0.5를 넘으면 빈부격차가 극심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 홍콩 전체 인구 약 600만명중 130만명은 빈곤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5명 중 1명이 빈곤층이라는 의미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홍콩 젊은 세대의 절망이 표면으로 부풀어 오르고 있다”며 “그들은 정부가 서민보다 재계 거물과 억만장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을 봐왔고, 본토에 대한 정치적, 심리적 분노가 쌓여 왔다”고 전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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