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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하이라이프] ‘미술(美術)’에 빠진 재벌가 ‘미남(美男)들’

[특별취재팀=김현일 기자]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을 보면, 미술관과 동물원의 갈림길에서 미술관에 가려는 여자와 동물원에 가자는 남자가 옥신각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윽고 남자가 여자에게 “(미술관에 갈 바에야) 집에 가서 낮잠이나 자겠다”고 말하면서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등을 진 채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미술 따위(?)에는 전혀 관심없는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재벌가에서도 한때 미술은 ‘사모님’과 딸들이 점령하다시피 할 정도로 ‘금남(禁男)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술계에서 재벌가 아들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미술(美術)’을 사랑하는 ‘미남(美男)’들이다. 본격 경영에 나선 30~40대 오너들이 예술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제 미술은 경영의 한 축으로도 자리잡았다. 덩달아 젊은 오너의 취향과 감각도 경영능력의 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6층에 제프 쿤스의 ‘세이크리드 하트’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조각공원을 조성했다.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 6층에 조성된 트리니티 가든에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아이 벤치Ⅲ(Eye BenchⅢ)’와 제프 쿤스의 ‘세이크리드 하트(Sacred Heart)’, 알렉산더 칼더의 ‘르 부냐(Le Bougnatㆍ작은 숲)’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조각품들이 전시돼 있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모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47)의 ‘아트 마케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정 부회장은 2007년 신세계백화점 본점 리모델링 후 재개장하면서 매장 곳곳에 유명 조각과 회화 100여점을 설치하는 등 ‘미술관 같은 백화점’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당시 예술품 구입에만 약 350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재벌가 남성으로선 드물게 대림미술관의 관장을 맡고 있다.

대림그룹이 운영하는 대림미술관의 경우 관장이 오너의 아들이다. 바로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대림산업 부회장인 이해욱 씨(47)다. 모친 한경진 여사가 관장으로 있을 때부터 미술관 운영에 관여할 만큼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과 건설이라는 ‘무거운’ 산업을 양축으로 하고 있는 대림그룹의 보수적 분위기 속에서 딸이 아닌 아들이 미술관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e-편한세상’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도입하고, 광고에도 적극 나서면서 내부 분위기 변화를 주도해왔다. 재즈와 드럼연주를 좋아하는 등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53)도 미술과 가까운 인물 중 한 명이다.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 건물은 그 자체가 갤러리라고 할 만큼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건물 앞에 설치된 조너던 브로프스키의 조각품 ‘망치질 하는 사람(Hammering Man)’이 대표적이다. 1층 로비에는 강익중 작가의 대형 벽화 ‘아름다운 강산’이, 로비 뒤쪽에는 세계적인 조명 아티스트 잉고 마우러의 ‘홀론스키의 사열’이 전시돼 있다. 태광그룹 계열의 명문 골프장인 휘슬링락CC안에도 각종 예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태광그룹은 1990년부터 일주학술문화재단을 만들어 장학사업과 문화예술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태광그룹 산하의 ‘일주&선화갤러리’는 2010년 흥국생명 건물 3층에 문을 열기도 했다.

이호진 회장의 태광그룹은 흥국생명 빌딩에 ‘망치질 하는 사람’ 등 다양한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밖에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64)이 국내 기업가 중 대표적인 남성 컬렉터로 꼽힌다. 35년간 약 3700여 점의 미술품을 수집해왔으며 미국의 유명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200대 컬렉터’ 명단에 7년째 빠지지 않고 오르고 있다. 지난해말에는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서울 종로의 ‘공간(空間)’ 사옥을 인수해 지난 달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라는 이름의 미술관으로 재개관한 바 있다.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은 35년간 3700여 점의 미술품을 수집해온 대표적인 남성 컬렉터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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