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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권의 그림책이 된 한편의 동시…창비 ‘우리시그림책’ 시리즈 15권 완간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염소야 염소야 나랑 노자아”

개구쟁이 강아지가 한가롭게 앉아있던 새침떼기 염소새끼를 집적 거린다.

못 본 체 해도 강아지가 자꾸 귀찮게 하자, 드디어 염소새끼도 화가 난 표정이다. 장난기 가득한 동그란 눈의 바둑이가 새침한 표정의 검둥이 염소와 재미있다.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년)이 소년기에 쓴 시 ‘강아지와 염소새끼’에 김병하 화백의 그림을 붙인 동명 시그림책의 첫 장면이다. 최근 창비에서 펴낸 ‘우리시그림책’ 시리즈의 15권째인 ‘강아지와 염소새끼’는 시리즈의 완간작이기도 하다. 우리시그림책은 지난 2003년 ‘시리동동 거미동동’(제주도꼬리따기 노래, 권윤덕 고쳐 쓰고 그림)를 시작으로 11년간 총 15권이 발간됐다. 시리즈는 윤석중(‘넉점 반’ ‘낮에 나온 반달’)과 백석(‘준치 가시’ ‘여우난골족’), 천정철(‘쨍아’), 권정생(‘강아지와 염소새끼’), 윤동재(‘영이의 비닐우산’) 등 국내 대표 시인들의 동시 7편과 전래동요 6편, 어린이가 쓴 2편 등으로 이뤄졌다. 각각의 시에 권윤덕, 조은수, 이영경, 김용철, 인강, 김재홍, 정순희, 김세현, 홍성찬, 권문희, 김유대, 이광익, 김종도, 윤정주, 김병하 등 그림작가들이 시각적 상상력을 더해 이를 그림으로 구현했다. 


최근 우리시그림책 완간 기념 언론간담회에는 시리즈를 기획한 달리 크리에이티브 고선아 실장과 김병하, 이영경, 김용철 등 그림작가,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씨가 참석했다.

완간작 ‘강아지와 염소새끼’의 그림을 맡은 김병하 화백의 작업은 11년동안 출간된 15권 각각이 품은 공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김병하 화백은 “시를 처음 받아 읽어보니 맑고 깨끗하고 재미있었다, 살포시 웃음이 나고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처음에는 강아지와 염소새끼가 투닥거리는 ‘놀이’를 중심에 놓았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권정생 선생의 생가를 찾았다”고말했다. 그는 생가인 조그만 흙집의 담벼락과 마당과 처마밑, 작은 언덕 그리고 동네 풍경을 돌아보면서 ‘소년 권정생’의 감성과 만나려 했다. 김병하 작가는 “놀이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마을과 사람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평온한 일상 속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어린이독자들에게 줘야겠다, 안도감과 함께 이야기의 결말로서 마을과 사람이 들어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는 강아지와 염소새끼가 투닥거리다가 갑자기 하늘 위로 지나가는 전투기를 보고 놀라 그만 뿔난 마음도 다 잊어버린다는 내용이다. 김병하 작가는 여기에 강아지와 염소새끼가 평화롭고 따뜻한 마을의 저녁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마지막을 덧붙였다.

‘우리시그림책’ 시리즈는 15권이 발간되는 11년간 내내 국내외의 찬사를 받았다. 시와 그림이 만나 그림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우리의 언어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렸으며, 아동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다. 프랑스 일본 독일 등 6개국에 수출됐으며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뽑혔다.

달리 크리에이티브의 고선아 실장은 “구상은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됐다”며 “당시 그림책을 서너권밖에 내지 않은 젊은 기획자로서 그림책을 공부하던 중 ‘그림책의 텍스트는 시와 같은 것’이라는 말에 영감을 얻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 실장은 “시 한편에 그림책 한 권이라는 어찌 보면 무모한 기획과 발상에 대해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며 “그림이 서사를 따라가는보통 그림책과 달리 시그림책은 시에 흐르는 시인의 주관과 시대의 정서가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주관과 시대의 감성이 만난 결과”라며 “그림작가들과의 모꼬지(워크숍)으로부터 시인의 생가나 시골마을의 취재 등의 작업 과정, 그리고 국내 그림책을 발전시켜온 작가들의 찬란했던 시절을 함께 한 시간들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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