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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광야로 나선 한국 개신교 왜?
교황방한 · 세습 비리 등 얽혀 교세위축
교계 안팎 자성속 거센 개혁의 목소리


지난 8월 교황 방한과 함께 한국 사회에 미친 ‘프란치스코 효과’ 이후, 개신교계의 ‘9월’은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교세 위축에 대한 위기감이 더욱 커졌고,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 및 비리, 일부 목회자의 성추행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교계 안팎에서 자성과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하는 가운데, 개신교의 각 교단과 단체는 자성과 혁신을 위한 모색, 새로운 틀짜기에 들어갔다.

먼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단독출마한 이영훈(60)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를 제20대 대표회장으로 선출했다. 이 목사는 오는 10월 8일 대표회장 취임 감사예배에 다문화가정과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세월호유족, 탈북자 가족 등을 초청해 희망나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지난 18일 서울 충청로 구세군빌딩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90주년 기념 예배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는 교계 관계자들과 이주노동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새터민 등 다양한 직업과 신분의 신자들이 참여했다. 한국 개신교계의 보수-진보 교단을 대표하는 한기총과 NCCK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낮은 곳으로의 행보’다. 장로교와 침례교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9월 정기 총회도 대부분 마무리됐다. 

교세위축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개신교계는 신앙회복을 위한 새로운 혁신작업에 돌입했다.

최근 총회에서 공개된 장로교 주요 5개 교단의 재적교인 수는 지난해말 기준 전년보다 2.2%가 줄었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교황 방한 이후 개신교인의 감소세가 더욱 뚜렷할 것이라는 게 교계 안팎의 한 목소리다. 신자수 뿐 아니라 불교나 천주교에 비해 대국민적 신뢰도가 하락세에 있다는 것도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일부 소속 교단의 이단 논란과 조직 운영 시비로 인해 회원들이 이탈한 상황에서 한기총의 새 회장 자리에 오른 이영훈 목사는 “모든 교단이 돌아오도록 노력하겠다”며 “진보 교단 중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함께 한국 기독교의 양대 축인 한기총이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진적인 진보 사상과 좌경화된 사상, 종교다원주의, 동성애처럼 포용할 수 없는 사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진보와 보수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NCCK는 예장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한국정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루터회 등 9개 교단이 속한 단체다. 

90주년을 맞은 NCCK가 교회 혁신의 모토로 내세우는 것은 ’광야성’, 즉 현실과 현장으로부터의 신앙 회복이며 교회 내부적으로는 ‘공공성의 복원’이다. 총무 김영주 목사는 “목회자 개인의 소유가 아닌 공공의 소유로서의 교회, 투명한 재정운용, 교회 세습 반대, 교회의 지역성” 등을 공공성의 가치로 뒀다.

하지만, 이달 열린 각 교단의 총회에선 교회 세습이나 이단, 과세 등 현안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이 확인돼 개신교의 혁신이 결코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오는 2017년 세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국내 개신교는 벌써부터 각오와 기대가 비장하다. 과연 환골탈태의 새로운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주목된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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