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 고급세단 보다 좋아 -정차했을땐 시동 꺼진줄 착각 -가파른 오르막 길도 거뜬 -충전 어려워 영업용으로는 ‘글쎄’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전기차는 1000원(충전요금)으로 130㎞를 달릴 수 있어요. 손님들도 관심이 대단합니다.”

10년 차 택시 운전기사 전재원 씨는 지난 1일부터 전기택시를 운행하면서 전기차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서울시 시범사업이여서 별 생각없이 운전대를 잡았지만 타면 탈수록 끌리는 전기차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딱 10대만 운행되고 있는 전기택시를 탔다. 시범운행 업체로 선정된 고려운수(용답동)에서 전기택시를 탄 뒤 내부순환도로와 동부간선도로를 거쳐 강변북로를 내달렸다. 이어 이촌동으로 빠져 이태원과 해방촌, 남산을 지나 서울시청으로 왔다.

전기택시는 준중형차인 SM3로 보급됐다. 좌석은 다소 좁았지만 타이어 마찰음을 제외하면 떨림과 소음이 전혀 없어 승차감은 고급 세단보다 더 좋았다. 신호 대기로 정차해 있을 때는 마치 시동이 꺼진 듯 했다.

강변북로에서 속도를 낼 때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나오는 ‘윙~’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전기동력으로 돌아가는 모터 소리였다. 일반 차량의 투박한 엔진음과 달리 소리가 세련됐다. 전 씨는 “밤에 혼자 운전할 때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떨림ㆍ소음 없는 전기택시, 승차감 ‘최고’…영업용으로는 ‘글쎄’

전기택시는 변속 기어가 없어 가속페달을 밟는대로 속도가 나온다. 해방촌 고갯길을 올라갈 때 그 위력을 발휘했다. 편도 1차선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마을버스를 추월하면서 단번에 가파른 오르막을 올랐다.

뒤 따르던 다른 차량은 미처 마을버스를 따돌리지 못했다. 전 씨는 “밟으면 그대로 속도가 나오기 때문에 빗길에서는 오히려 위험하다”면서 “비가 오면 평소보다 안전거리를 더 많이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택시는 서울택시를 대표하는 꽃담황토색과 달리 친환경 이미지를 나타내는 ‘하늘색’으로 디자인됐다.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방택시’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실제로 지붕 위 갓등 외에는 서울택시를 알 수 있는 문구나 상징이 전혀 없다. 전 씨는 “승객들이 지방택시인줄 알고 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면서 “옆 문짝에 서울택시를 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떨림ㆍ소음 없는 전기택시, 승차감 ‘최고’…영업용으로는 ‘글쎄’

전기택시 보급의 최대 걸림돌은 주행거리이다. 전기택시는 한번 충전에 130㎞를 달릴 수 있지만 충전 알림 표시는 더 일찍 깜박인다. 이 때문에 승객을 태울 때마다 ‘방전’을 걱정해야 한다. 충전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 씨는 “시외로 나가는 승객이 타면 일단 주행거리 계산부터 한다”면서 “경기도에는 충전소가 전혀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몇 개 안되는 충전소도 제대로 관리가 안돼 일반 차량이 충전시설을 가로막고 있을 때가 태반이다. 또 유료주차장에 충전소가 설치돼 있어 주차요금을 따로 내야 하는 이중 부담도 있다. 전기택시는 급속으로 충전해도 40분에서 1시간 가량 걸리기 때문에 주차요금이 충전비용보다 2~3배 비싸다. 연료비 절감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다.

충전할 때마다 발생하는 ‘영업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주간에는 2회, 야간에는 3회 이상 충전을 하기 때문에 하루에 4~5시간은 영업을 할 수 없다. 전 씨는 “일반 택시를 몰 때보다 한달에 50만원 정도 손실이 발생한다”면서 “남산타워 통행료를 감면해주는 등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