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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연극은 삶의 얘기…편히 보러오세요”
- 연극 ‘남산에서 길을 잃다’ 배우 고수희
공감연기 위해 사전조사는 철저히
“라이브 무대 반응에 짜릿함까지…”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타짜2’에서 도박에 빠진 송마담역으로 출연한 배우 고수희<사진>는 요즘 소극장 연극무대에서 순박한 여공으로 변신한다. 고수희는 지난 16일 개막한 국립극단의 ‘남산에서 길을 잃다’에서 진숙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평소 같이 일해보고 싶었던 백하룡 작가의 작품인 데다 같은 극단에 있었던 하성광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선뜻 하겠다고 했어요. 처음에 대본을 보고 어린 여공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죠. 58년 개띠 세대 이야기라고 하는데 76년생인 제가 크게 공감을 하기도 어려웠고요.”

극 중 1979년 대구의 의류공장 노동자였던 진숙은 세월이 흐른 뒤 공장 사장 사모님이 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자 다단계를 하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고수희는 어린 시절 여공의 귀엽고 순수한 모습부터 삶에 찌들어 악다구니를 쓰는 억척스러운 모습까지 소화해낸다.


“진숙은 등장인물 중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에요. 먹고사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열심히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관객 중 88만원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얘기였다고 하시더라고요. ‘반드시 70~80년대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고수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거짓말처럼 꾸며 연기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배역을 맡으면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평화시장을 찾아 미싱을 돌리는 상인들에게 그 시절 여공들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왔다.

반면 타짜들이 모인 고스톱판을 다룬 ‘타짜2’의 송마담역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6살 때부터 할머니와 민화투를 쳐 화투가 손에 익었기 때문이다.

“영화 촬영 현장은 연극에 비해 기다리는 시간이 많잖아요. 그 시간에 같이 출연한 오정세 씨랑 고스톱을 쳤죠. 대본은 안 보고 딴짓하는 것이 아니라 극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출연 배우 중에 저랑 오정세 씨가 고스톱을 제일 잘 친다고 다들 인정했죠.”

이 영화에는 ‘남산에서 길을 잃다’의 주인공 승렬역의 하성광도 노름꾼인 안산 다크나이트역으로 출연한다. 고수희는 시사회장에서 하성광을 보고 “여기 출연했었어?”라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국립극단 소극장 판 무대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척척 맞는 연기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제가 극단 출신이기도 하고 연극할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라이브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연기할 수 있으니까 영화와는 다른 짜릿한 맛이 있죠. 어떤 연극이 거창한 주제를 담고 있다 해도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가 사는 이야기라 생각하시고 관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사진제공=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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