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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 울린 막내, 금 찌른 2인자…총칼잡은 동생 ‘유쾌한 반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동생들의 반란이 심상치 않다. 2인자에 머물던 동생들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을 제패하며 세계 정상권에 군림해온 형, 언니를 꺾고 정상에 오르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종목은 아시아 최강의 전력을 구축한 펜싱이다. 이라진(24ㆍ인천 중구청)은 지난 20일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지연(26·익산시청)을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켰다. 전희숙(30ㆍ서울시청)은 21일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처음으로 남현희(33ㆍ성남시청)을 꺾고 금메달을 쟁취했다.

이라진과 격돌한 김지연은 이라진의 중·고등학교 선배로 2012년 한국 여자 펜싱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선수다. 빼어난 미모까지 더해져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도 특유의 소박한 품성과 성실함으로 정상을 지켜왔다. 4강에서 많은 힘을 소모하고 결승에 올라오는 등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주로 단체전에서만 시상대에 올랐을 뿐 이렇다 할 개인전 입상 경력이 없는 이라진의 승리를 점치기는 어려웠다.

남현희는 두말 할 필요 없는 한국 여자 펜싱의 간판이다. 작은 키와 빠른 움직임으로 무장해 ‘땅콩 검객’으로 불리며 2006ㆍ2010 아시안게임 개인전 2연패를 이뤄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김지연에 앞서 한국 여자 펜싱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시상대에 섰다. 더구나 전희숙은 이날 전까지 남현희와의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이라진과 전희숙의 ‘대반란’은 각 종목의 에이스가 세계무대 제패에 앞장서면서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선구자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한계치와 실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린 모범적인 2인자들의 성공기로 볼 수 있다.

이들은 23일 시작하는 단체전에서는 다시 경쟁상대가 아닌 한 팀의 형제ㆍ자매가 돼 힘을 모아 금빛 찌르기에 도전한다.

사격에서도 동생의 반란이 벌어졌다. 고교생 사격 국가대표 김청용(17ㆍ흥덕고)이 ‘총신’ 진종오(35ㆍKT)를 누르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김청용은 지난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대회 사격 남자 10m 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201.2점을 기록하며 199.3점을 쏜 팡웨이(중국)를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결선에 함께 오른 진종오는 179.3점을 기록해 3위에 머물렀다. 앞선 단체전에서도 김청용은 한국의 우승을 견인했다.

반면 반란이 일어난 종목에서 2인자들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며 패권을 사수한 1인자도 있었다. 남자 펜싱의 에이스 구본길(25ㆍ국민체육진흥공단)은 21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대표팀 동료 김정환(31·국민체육진흥공단)을 물리치고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하며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자존심을 지켰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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