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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중산층 살리기’ 길을 잃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세계 각국의 ‘중산층 살리기’ 정책은 길을 잃고 있다.

각국 정부는 중산층 살리기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특효약’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상황이다.

선진국 중산층은 임금정체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도 임금이 오를 것이라는 희망은 희박하다.

문제는 이것이 글로벌 경제 회복에 타격을 주면서, 신흥국과 저개발 국가까지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중산층 붕괴는 ‘무력한 정치’ 지각판에서 여진을 낳았다. 

 
노동자들은 분노하고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극단주의로 물꼬를 튼 양극화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선진국이 중산층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릴 묘책을 상실했다”며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그 해법을 물었다.

▶큰정부 vs 작은 정부=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잘 고안된 재정 팽창정책으로 거시경제를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0년간 미국의 평균 노동생산성은 두배 늘었지만 실질임금은 제자리 상태”라고 꼬집으면서 “최저임금 상승이 분수효과(trickle-up effect), 즉 저소득층 소비 증대가 전체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 일자리 비중 변화(1993년~2010년 기준). 고임금과 저임금 일자리는 플러스 성장을 보인 반면, 중간임금 일자리는 마이너스 상태다. 그만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의미다. [출처:파이낸셜타임스]

그는 통화정책의 효율성은 자본 비용을 낮춰 고용없는 회복을 가져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투자 세금공제 등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런던대학의 가이 스탠딩 교수는 지난 17년새 소득 양극화가 극심해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유럽 주요국에서 1993~2010년 사이 고임금과 저임금 일자리는 늘어난 반면, 중간임금 일자리는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80년대 이래 세계화와 기술혁신이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며 불안정 고용상태인 ‘프리카리아트(precariat)’를 발생시켰다”며 이들은 사회 안전망 없이 끔찍한 빈곤의 덫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카리아트란 불안정한(precarious)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한 조어로 불안정한 고용ㆍ노동 상황에 놓인 비정규직ㆍ파견직ㆍ실업자ㆍ노숙자들을 총칭한다.

이에 따라 “모든 사람이 일시불이 아닌 월 단위 기본소득(basic income)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이나 부유층으로 가는 보조금을 줄이라”며 “기본소득은 노력에 대한 사회적 배당금 성격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표적 보수주의 경제학자 데어드리 맥클로스키 일리노이대 교수는 “우리가 해서는 안되는 것이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로레알 가문이 요트를 몇 개 가지고 있는 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로레알이 싸구려 보석에 투자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맥클로스키 교수는 “로레알의 부가 사람들을 가난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노동자층의 절대 조건(음식, 의류, 의료보험, 교육)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해 “가난한 사람들이 벌어들인 실질 상품과 서비스는 지난 1800년 이래 지수로는 30에서100, 증가율로는 2900%에서 9900%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맥클로스키 교수는 “자유거래를 제한하는 것이 빈곤층과 중산층을 더 잘 살게 한다고 믿는 것은 마법같은 생각”이라며 “최저임금, 일자리 사수, 은행 과잉규제, 택시업자와 외과의사 등 독과점 지지는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자신도 이것이 아무런 희망없이 정치적이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모든 고대 정권 아래의 사람들이 다 그랬다”고 역설했다.

▶숙련 노동력 부족 교육이 답?=‘잃어버린 20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본은 고령화 속에 무기력한 젊은이들을 우려했다. 

야마다 마사히로 추오대 교수는 “고임금 일자리를 가질 가능성이 없는 일본 젊은이들이 부모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게임과 같은 가상세계로 도피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젊은층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인 우선혜택을 재검토하고 부유한 노인층에 증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영리 싱크탱크 컨퍼런스보드의 바트 반 아크와 개드 레바논은 “정책 입안자들은 중산층 정책으로 일자리 부족이 아닌 미래 노동력 부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숙련 노동자는 이민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중간소득의 건설ㆍ운송과 같은 숙련노동 인력 부족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뉴욕대의 브라오 밀라노빅 초빙교수는 “영구적인 빈곤층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을 예로 들면서 교육시스템이 좋은 국가가 경제적으로 성공한다고 설명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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