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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이슈] '골초 슈퍼리치', 못 말리는 담배사랑..
[특별취재팀=김현일 기자] 담배를 두고 ‘피우려는 자들’과 ‘끄려는 자들’ 간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국 정부는 흡연을 억제하기 위해 규제 수위를 더 올리고 있고, 설 자리 좁아진 애연가들은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올 초 중국 후룬(胡潤)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최상위 부자들 중 60%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5년 전 그 비율이 40%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금연을 결심한 부호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거나 흡연을 규제하는 사회 분위기에 마지못해 ‘백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종칭허우(68ㆍ자산 123억 달러) 와하하그룹 회장

그러나 이같은 대륙의 금연 바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이가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골초 슈퍼리치’ 종칭허우(宗慶後ㆍ68)가 바로 그렇다. 중국 식음료업계의 공룡 와하하(娃哈哈) 그룹의 회장인 그의 자산은 총 123억 달러(포브스 기준ㆍ약 12조 8000억원)로 자국에서 네 번째로 부자다. 차 마시는 것과 더불어 흡연이 그의 유일한 ‘취미’로 소개될 만큼 소문난 애연가다. 종칭허우가 즐겨 피우는 것으로 알려진 ‘다비도프(Davidoff)’ 담배는 상류층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다. 가격은 담배 20개비가 들어있는 한 갑을 기준으로 17~92달러 선으로, 종류별로 천자만별이다. 다비도프는 본래 스위스 브랜드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영국의 다국적 담배기업 임페리얼 토바코 그룹(Imperial Tobacco Group)이 인수해 소유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리신(58ㆍ자산 148억 달러) 노보리페츠철강 회장

러시아 철강재벌 블라디미르 리신(Vladimir Lisinㆍ58)도 잘 알려진 흡연가다. 2010년 러시아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그의 자산은 현재 총 148억 달러(약 15조 37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주로 쿠바에서 생산된 담배를 즐겨 피운다. ‘시가(cigar)의 나라’로도 유명한 쿠바에는 담배공장과 상점이 밀집해 있어 애연가들에게는 ‘천국’으로 불린다. 블라디미르 리신이 피우는 담배의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몇 백 달러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카지노 산업의 대부 셸던 애덜슨(81ㆍ자산 316억 달러)은 ‘실내흡연을 허용하라’며 자국도 아닌 타국 정부의 법안에까지 반대하고 나선 적이 있다. 2011년부터 스페인은 공공 실내장소에서 흡연을 금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여기에 반발해 애덜슨은 스페인으로 날아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법 개정을 요구했다. 스페인에 카지노와 호텔 등 복합단지 건설을 추진 중인 애덜슨 입장에선 실내흡연을 규제하는 법안이 사업에 큰 걸림돌이었다. 도박장에서 흡연을 못하면 자연스레 손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후 ‘셸던 애덜슨 돈 벌게 하려고 한 나라의 법안을 바꿔선 안 된다’는 시민단체들의 격렬한 반대가 이어졌고, 결국 애덜슨의 바람과 달리 스페인 정부는 기존 법안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셸던 애덜슨(81ㆍ자산 316억 달러) 라스베가스 샌즈 회장

정반대로 금연운동에 사활을 건 부호들도 있다.

미국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72ㆍ자산 350억 달러)이 그 선두에 있다. 블룸버그는 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흡연자들에겐 ‘공공의 적’이었다. 그는 뉴욕을 금연도시로 만들기 위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쳤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을 8센트에서 1.5달러로 무려 1800% 인상하고, 식당과 주점 등에서 흡연을 금하는 등 대부분의 금연 조치가 그의 임기 중 이뤄졌다. 그는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다를 것 없이 유해하다고 봤다. 지난 해 시장 퇴임을 앞둔 블룸버그는 공공장소에서 전자담배도 피우지 못하게 하는 법안에 서명하며 마지막까지 ‘담배와의 전쟁’에 전력을 다했다. 그도 원래 흡연자였으나 30여 년 전에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뱃세 인상을 발표하는 마이클 블룸버그(72ㆍ자산 350억 달러) 전 뉴욕시장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58ㆍ자산 811억 달러)도 블룸버그의 금연 정책에 지지를 표하며 수백 만 달러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두 사람이 총 3억7500만 달러(약 3900억원)를 금연 캠페인을 위해 기부했다. 이 돈은 흡연자들의 금연을 돕고 비흡연자들을 보호하는 데 쓰였다.

로빈 리(45ㆍ자산 153억 달러, 왼쪽) 바이두 창업주와 빌 게이츠(58ㆍ자산 811억 달러, 오른쪽) 전 MS 회장

빌 게이츠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의 흡연을 억제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그는 2011년 중국을 방문해 검색엔진 바이두(Baidu)의 창업주 로빈 리(45ㆍ자산 153억 달러)를 만나 흡연 규제를 위한 공익사업을 함께 하기로 제휴를 맺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 나란히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는데 가슴에는 중국어로 ‘원치 않는 흡연에 노(NO)라고 말해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간접흡연의 심각성을 대변하는 구호였다. 빌 게이츠가 세운 ‘빌&멜린다게이츠 재단‘과 로빈 리의 ‘바이두 자선기금’은 연대를 통해 앞으로 금연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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