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의약품 구매 대가로 수억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태평양제약 대표이사 A(56)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향응을 받은 B(51) 씨 등 의사 10명과 병원 구매 담당 C(47) 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함께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병원 120곳의 의사들에게 의약품 처방의 대가로 1692차례에 걸쳐 9억4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약사법은 제약사에서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설명회를 열 때 의사 1명당 10만원 이내의 식음료를 제공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제약은 이 제도를 이용해 마치 제품설명회가 열린 것처럼 속여 의사들의 회식비를 대신 내줬다.
또 미리 섭외한 식당에서 카드 결제 후 일부 비용을 공제하고 현금을 돌려받는 등 속칭 ‘카드깡’을 해 현금과 상품권을 마련, 의사들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의사들은 제약사에게 제품 설명과 무관한 냉장고나 노트북 같은 개인적인 물건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A 씨 등은 마치 판촉물을 구입한 것처럼 비용 처리 한 뒤 요구를 들어줬다.
태평양제약은 지난 2010년에도 상품권 제공 등 리베이트가 적발돼 2011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억6000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들은 제품설명회가 열린 것처럼 비용 처리를 하는 등 수법을 바꿔 지속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리베이트는 태평양제약의 위궤양·골다공증·전립선 치료제 등 3종의 의약품 처방 대가로 전국의 의사 2810명에게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는 수도권의 공공의료원과 서울 소재 대형 대학병원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의사들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기준인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의사 10명과 병원 구매과장 등 11명을 적발해 입건했다.
이들이 챙긴 리베이트는 적게는 330여만원에서 많게는 1800여만원까지 총 8600만원에 이른다.
경찰은 “제약사는 여전히 리베이트가 영업활동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의사들도 이를 불법으로 여기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적발 시 제약사에 대해서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의 소속 병원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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