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부동산대책은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에 중점을 뒀다. 주택 재건축 가능 연한을 최소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해 서울지역에서만도 재건축 추진 대상 주택이 24만 8000가구나 새로 늘어나게 됐다. 또한 이번 대책에선 안전진단 평가 항목인 주거 환경 비중을 15%에서 40%까지 높이고, 소형ㆍ임대주택 의무 건설 비율도 대폭 낮춰 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였다.
이러한 부동산대책은 대부분 전문가로부터 강남 부자들을 위한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건축 활성화로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소위 강남 3구 소재 고가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부자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의 시행은 대형 건설사 또는 재벌 소속 건설사 몫이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두고 대형 건설사들의 오랜 민원이 해결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마디로 9ㆍ1부동산대책은 부자와 재벌,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부동산대책에는 저소득층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부추길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소형ㆍ임대주택 의무 건설비율이 완화되면 소형주택의 공급 물량이 줄어들어 주택 실수요자인 저소득층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다. 또한 재건축ㆍ재개발 시기가 중복될 경우 임차주택 수요의 집중으로 전월세난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주택정책이 도심재개발에 집중될 경우 공급에 비해 가뜩이나 부족한 주택 수요의 도심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 세입자가 주로 거주하는 도심외곽지역의 주택수요 감소로 나타나고 이들 지역의 슬럼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주택거래활성화 정책으로 경기를 살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소홀히 다뤄선 안 된다. 복지와 약자 보호 차원에서 더욱 그렇다. 지금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은 전세 얻을 돈이 없어 치솟는 월세와 맞닥뜨리고 있는 주거 빈곤층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매번 부동산대책에서 소외됐다. 다음달(10월)부터 주거 빈곤층의 월세 지원 제도인 ‘주택 바우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주거 빈곤층의 고통을 덜어주는 훌륭한 제도로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주거 빈곤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보다 충분한 ‘임대주택 공급’이다. 정부는 골조, 전기배선, 온돌 등 집의 80%를 공장에서 찍어내 부지에서는 조립만 하는 ‘모듈러(modular)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대량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빚 내 집사라는 인위적 수요 진작 정책은 1000조원이 넘는 가계 빚을 더 늘리고 부동산 버블을 키우는 결과만 초래한다. 저소득층 세입자를 배려하지 않은 재건축 활성화 대책은 반쪽대책으로서 그 효과도 반감한다. 이제 정부는 인위적으로 주택가격을 띄우려는 목적의 주택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되도록 시장의 수급에 맡겨야 한다. 그러면서 정부의 주택정책은 저소득층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