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보름달이 뜨면 세계는 축제에 빠진다

日 조상영혼 추모·中 달에 제사
동아시아 한국 명절 분위기와 비슷
美 추수감사절 등 서구는 가을축제

보름달이 뜨면 세계는 축제에 빠진다. 월병, 보타모치, 설탕과자, 칠면조…. 지구촌 식탁은 풍성하게 차린 음식으로 가득하다.

시기와 관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세계인들은 한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가족끼리 모여 신이나 조상에 예를 올린다.

▶중국 ‘중추절’ 달맞이=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음력 8월15일에 ‘중추절(仲秋節)’을 쇤다. 중추절이란 ‘가을의 중간’이라는 의미다.

중국 중추절을 가장 대표하는 놀이는 달맞이다. 달을 감상하며 소원을 빌거나 제사를 지내고 보름달을 닮은 전통 음식인 ‘월병(月餠)’을 먹는다.

중국인들은 중추절에 반드시 월병을 먹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월병은 뇌물의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금, 해삼, 샥스핀 등 고가의 재료로 만든 비싼 월병을 사서 선물하고, 이 선물을 받은 사람은 다시 판매점에서 현금으로 바꾸는 식이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반부패 운동으로 뇌물형 ‘월병’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중추절을 앞두고 뇌물 월병 신고센터까지 개설했다. 

지구촌의 추석 풍경은 각양각색이다. 프랑스는‘ 투생(모든 성인의 날)’에 헌화하는 풍습이 있다(왼쪽). 일본에서는 오봉에‘ 봉오도리’라는 춤을 춘다(가운데).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고기를 먹는데 오른쪽 사진은 칠면조를
형상화한 대규모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는 모습. [출처=구글]

▶일본 ‘오봉’ 정령맞이=일본에는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인 ‘오봉(お盆)’이 있다. 음력이 아닌 양력 8월 15일에 지낸다는 것이 우리와는 다른 점이다.

오봉은 조상의 영혼을 맞아들여 대접하고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날이다. 오봉은 일본 불교의 전성기인 6세기 후반~8세기 초 아스카 시대에 아귀도에 떨어져 고통받고 있는 부처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승려들에게 음식을 공양한 데서 유래한다.

여기에 일본인 특유의 민간신앙인 고료(御靈)신앙이 더해졌다. 일본인들은 자연재해나 인재가 원령(怨靈)에 의해 일어난다고 믿고 혼을 달래는 의식을 행해왔다.

오봉에 ‘불’을 지펴 정령이 오고가는 길을 비추는 것도 그 일환이다. 8월13일에는 정령을 마중하는 불인 ‘무카에비(迎え火)’를, 15일이나 16일에는 배웅하는 불인 ‘오쿠리비(送り火)’를 피운다. 또 지역 축제에서는 ‘봉오도리(盆踊り)’라는 춤을 춘다. 봉오도리는 지옥에서 돌아온 망자들이 기뻐하며 춤을 춘 것에서 기원한다.

가족끼리는 ‘오주겐(お中元)’으로 불리는 선물을 주고받고, 보타모치(牡丹餠)라는 속에 팥을 넣고 둥글게 빚은 떡을 먹는다.

오봉 전후인 8월13~16일은 일본 최대 여름 휴가시즌인 ‘오봉 야스미’다. 우리의 추석처럼 민족대이동이 일어나는 시기로 올해는 고속도로 62㎞가 정체되는 극심한 교통난을 겪었다.

▶이슬람 ‘이드 알 피트르’=전세계 13억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날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라는 축제를 즐긴다. ‘이드’는 축제를, ‘피트르’는 끝났다는 의미다.

일명 ‘이드’는 이슬람력으로 아홉번째달인 라마단 이후 열번째 달인 ‘샤왈’ 첫째날에 이뤄진다. 태양력보다 짧은 이슬람력 때문에 올해 이드는 지난 7월 28일 치러졌다.

이슬람인들은 아침 일찍 사원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성대한 음식을 장만해 라마단이 끝난 것을 축하한다.

친지와 친척을 방문해 선물을 교환하고 달콤한 음식을 중심으로 풍성한 상을 차린다. 이드가 ‘설탕축제’라는 별명이 붙는 이유다.

아시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이드 알 피트르를 ‘르바란’으로 부른다. 르바란은 인도네시아 최대 명절로 열흘 정도의 연휴가 이어진다. 이 기간에는 3000만명 이상의 귀성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3~4일가량 도로에서 보내는 경우도 많다. 르바란에는 ‘끄뚜빳’이라는 바나나 잎으로 만든 주머니에 쌀을 넣고 찌는 전통음식을 먹는다.

▶美추수감사절ㆍ佛 투생=미국에는 양력 11월 넷째 목요일 ‘추수감사절’이 있다.

1621년 영국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이주한 뒤 최초로 거둔 수확으로 신께 추수를 감사한 그리스도교적 축제다. 당시 경작기술을 알려준 인디언을 초대해 칠면조 고기를 대접한 것이 효시가 돼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 통구이가 빠지지 않는다.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추수감사절 다음날 ‘블랙(흑자) 프라이데이’가 시작돼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이어진다.

유럽 프랑스의 경우 ‘투생’이라 불리는 가을 명절이 있다. ‘모든 성인의 날(만성절)’이라는 의미로 매년 11월 1일이다.

프랑스인들은 이날 고인의 묘에 꽃을 바치는 풍습이 있다. 파리의 페르라셰즈, 몽마르트, 몽파르나스 등 묘지는 헌화객들이 두고 간 꽃다발로 가득하다.

투생은 미국으로 건너가 ‘할로윈’을 만들었다. 할로윈은 ‘모든 성인의 날 전야’라는 의미로 투생 전날인 10월 31일에 행해진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