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독일)=신상윤 기자]글로빌 기업을 자부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가 열리는 독일에서 진실공발을 벌였다. LG전자 관계자가 베를린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은 후 서로 자기 주장을 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낮 LG전자의 연구원인 임원 A씨는 부하 직원과 함께 베를린에 있는 새턴 유로파센터 매장을 찾았다. 경쟁사 제품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 문을 여닫는 중 도어의 연결부(힌지)가 파손됐다.
매장 직원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A씨는 숙소에서 신분확인을 위한 조사까지 받았다. A씨와 LG전자 직원들은 파손 혐의를 부인했으나, 매장 측은 CCTV 등을 살펴본 결과 A씨 등이 삼성 세탁기의 도어를 열어둔 채로 힘껏 눌러서 잘 닫히지 않게끔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은 결국 문제가 생긴 세탁기 4대를 전부 구매하기로 매장 측과 합의했다. 경찰도 제품 구매를 변상으로 보고 조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삼성 측은 베를린 시내 다른 매장인 새턴 슈테글리츠에서도 CCTV 확인 결과 이들이 매장에 출입했고, 파손된 제품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 현지법인에서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전시회를 앞두고 국내 기업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황당한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반면 LG전자 관계자는 “연구원 중 일부가 여느 출장 때처럼 베를린 시내에 있는, 여러 업체의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양판점을 방문해 경쟁업체 제품까지 테스트한 사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하게 특정 업체 제품만 유독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매장 직원이 일부러 파손한게 아니냐고 따져 옥신각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설명대로면 LG전자 임원 등은 공개된 장소에서 경쟁사 제품을 일부러 파손하는 셈이고, LG전자 설명대로면 삼성전자 세탁기는 몇 번 문을 여닫기만 해도 파손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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