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10대 그룹의 주력 기업들이 원화강세와 내수시장 침체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면서 “10대 그룹 실적 부진 여파로 유가증권시장은 물론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어닝쇼크’ 일파만파=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전체 상장사의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연결기준 삼성전자의 상반기 매출액은 106조28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4조3040억원(3.90%) 줄었다. 올 상반기 시장 전체의 매출액 감소폭이 1조339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부진이 시장 전체 외형에 충격을 준 셈이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영업이익도 15조6761억원으로 14.39%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감소액(2조6340억원)은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 감소 규모(6조4785억원)의 40.66%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분석대상 상장사의 32.16%에 그쳐 작년 상반기 33.15%보다 0.99%포인트가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 상장사 중 삼성전자의 매출액 비중은 11.69%로, 작년 상반기보다 0.46%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매출액 상위 2위인 SK와 3위 현대차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이 각각 2.46%, 0.33% 줄었다. SK와 현대차의 영업이익도 각각 28.70%, 5.83% 감소했다.
▶영업이익 반토막 10대 그룹 상장사 속출=10대 그룹 상장사 중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반토막난 기업들이 속출했다.
삼성전기, 한화, SK이노베이션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363억원, 461억원, 17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9.18%, 88.15%, 83.92% 급감했다. 영업이익이 ‘반에 반토막’난 것이다.
삼성테크윈(전년동기대비 -64.12%), LG디스플레이(-50.24%), GS(-47.04%) 등의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반토막’ 났다.
적자전환한 기업들도 있다. 삼성그룹내 매출액 3위인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1002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그룹에서도 삼성중공업의 위기감으로 결국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결의하면서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LG생명과학, 포스코강판, 포스코엠텍 등도 적자전환을 면치 못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시가총액 40% 급감=주력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적자로 전환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시가총액이 급감했다. 지난 1일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의 시총은 14조3804억원으로, 작년말 23조8825억원보다 39.79% 감소했다. 전년동기대비 상반기 영업이익이 11.51% 감소한 롯데그룹의 시총은 작년말보다 12.14% 줄어들었다.
이밖에 한화(-8.83%), 삼성(-4.98%), GS(-4.88%)그룹의 시총이 감소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실적이 떨어지는 것과 맞물려 그동안 약세를 보이던 금융, 건설 등의 실적이 올라가면서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비중이 작아지게 된 것”이라며 “그동안 국내 증시의 불안요인 중 하나였던 쏠림현상이 완화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등 10대그룹 실적 부진과 시총 감소세는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상장사의 실적과 주가 흐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오 팀장은 “코스피시장의 10대 그룹 쏠림이 교정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수 비중이 큰 삼성과 현대차의 실적 악화는 코스피에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연말까지는 실적 저조가 예상돼 향후 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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