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박리만 20대 20% 육박
유독 젊은 환자 비율 높아
어두운 곳에선 스마트폰 사용 자제
서울 송파구에 사는 대학생 A(27) 씨는 지난 4월 어느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잠에서 깼다. 눈을 뜬 그는 갑자기 한쪽 눈에 마치 그림자가 진 것처럼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눈에 뭐가 들어갔나 싶어 눈을 비비고 물로 닦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깜짝 놀라 즉시 병원을 찾은 A 씨는 의사로부터 “망막층이 찢어져 망막의 일부가 안구벽과 떨어지는 망막박리로, 신경의 절반 가량이 이미 죽었다. 늦었으면 실명할 수도 있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망막장애를 노인성 질환이라고만 여기고 아무런 낌새도 못 느꼈던 A 씨는 2시간 동안 전신마취 속 대수술을 받고 나서야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지 않은 걸 후회했다. 수술 후 두 달동안 꼼짝없이 병원과 집에 누워만 있었던 A 씨는 천만다행으로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치명적인 외상 우려로 인해 축구나 농구같은 격렬한 운동은 꿈도 못꾸고 있다. 특히 가장 힘든 건 심리적인 위축이다. A 씨는 “아직도 매일 아침 한 쪽 눈이 안 보일까 두려워 잠에서 깨도 눈을 바로 뜨지 못한다”고 했다. A 씨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담배도 끊고 밤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던 습관도 없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같은 망막박리 및 망막이단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09년 4만7424명에서 2013년 5만9705명으로, 지난 5년간 증가 추세다. 특히 다른 망막장애들은 20~30대 젊은층 비율이 노인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유독 망막박리만은 젊은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2012년 기준 ‘망막과 관련된 모든 질환’에서 진단을 받은 20대 환자는 3.8%에 불과하지만 ‘망막박리’만으로 범위를 좁히면 20대 환자 비율은 20%에 육박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정은지 교수는 “망막박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라식이나 라섹과 같은 시력교정술과 망막장애의 상관관계 역시 밝혀진 바는 없다”며 “시력교정술이 필요한 근시안의 경우 근시정도에 따라 망막박리나 근시성 황반변성과 같은 질환 위험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스마트폰 보급화와 망막박리 증가세가 궤를 같이 하는 것에 대해 “현재로서는 스마트폰 보급과 망막박리 증가 사이의 연관성도 단언하기 힘들다”며 “다만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일 뿐이고, 망막박리 환자들은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 사용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