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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일만의 휴전…아빠, 삼촌은 돌아오지 않았다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2209명.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6일(현지시간) ‘무기한 휴전’에 합의하기 전 50일 동안 교전해 남긴 사망자 수다. 이 가운데 팔레스타인이 2139명, 이스라엘인이 70명이다.

휴전 선포 직전까지도 로켓이 포격돼 안타깝게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50일만에 장기 휴전에 돌입한 이번 전쟁의 마지막 희생자는 누구 일까.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전쟁의 마지막 희생자는 가자에선 전기회사의 유지보수 책임자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다 목숨을 잃었으며, 이스라엘에선 키부츠(생활공동체)의 40-50대 봉사자 2명 이라고 보도했다.

26일 휴전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양측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은 4명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고 있다. [사진 =WP]

전쟁의 끄트머리에서 가자 전기공급회사의 23년차 유지보수 책임자 모하마드 다헤르(49)는 북동부 구역에서 회사 트럭을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그 옆에 27세 직원 타미르 하마드가 운전대를 잡았다. 포화가 쏟아지는 전쟁 기간에도 둘은 밤낮으로 교대 근무를 해가며 가자에 불을 밝히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쏜 미사일이 이들이 타고 있던 트럭을 산산조각 낼 내까지 둘은 이번이 생애 마지막 근무가 되리라곤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가자 경찰로 근무하는 다헤르 동생 라에드 다헤르는 “사람들이 영안실에서 형의 시신을 보지 못하게 했다. 몸이 그냥 조각이었던 거다”며 “형의 신발을 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군 대변인은 “당시 이 트럭이 로켓 발사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휴전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WP]

다헤르 유가족은 “그가 비무장 상태였다”며 왜 그의 트럭이 로켓의 타깃이 됐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트럭은 문 4개 달린 도요타로, 붉은색 번개표시를 한 전기회사의 로고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유가족은 “그는 단지 팔레스타인인이었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 그는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였다. 그냥 나이든 사람일 뿐 총이나 제트기를 갖고 있지 않았다”며 억울해했다. 다헤르와 그 가족들은 온건파 파타당의 오랜 지지자들로 하마스와는 무관했다.

가자전기공급회사 관계자는 상업용 트럭이 애초부터 공객 대상이었을 것으로 추론했다.

다헤르가 피격 사망한 몇시간 뒤 ‘니림’으로 불리는 이스라엘 키부츠에선 가자로부터 십여차례 박격포가 비오듯 쏟아져 내렸다.

정전을 단 1시간을 앞둔 시각이었다. 다섯 아이의 아버지 지빅 에찌온(55)과 세 자녀를 둔 사하르 멜라메드(43)은 밖에서 그 전날 공격에 의해 파손된 전기 선을 고치고 있었다. 에찌온은 지역사회의 세부적인 보안과 키부츠 농작물의 관개도 책임지고 있었고, 멜라메드는 자원봉사자였다. 둘은 박격포의 포화 뒤 죽은 채로 발견됐다.

[사진 =WP]

회원이 380명에 불과한 작고 조용한 키부츠가 갑자기 미디어의 관심을 받게 됐다. 이 지역사회의 대디 루벤스타인은 “이 일로 모두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서 “하지만 애도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장례식 준비에 모두가 바쁘다”고 전했다.

그는 “이 일은 불과 1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쟁의)첫날에 일어났든, 마지막날에 일어났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휴전 1시간전에 피격이 일어난 것에 대해 담담해 했다.

이 키부츠 주민들 가운데 아이들 등 절반은 지난 50일 동안 대피해 있었다. 휴전 나흘 전부터 이 지역은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됐기 때문이다. 사이렌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로켓이 떨어지고, 박격포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루벤스타인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일을 하고, 동물을 돌봐야 했다”며 “저쪽(하마스)은 우리를 파괴하려 하고 쫓아내려 하지만, 우리는 여기 남았다. 여기가 우리 집이다.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전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은 서로 자신들이 전쟁의 승리자라며 자축했다. 하지만 전후 참혹한 현장은 2008년, 2012년에 치른 전쟁 뒤 맺은 휴전 상태로 다시 돌아갔을 뿐, 양측 모두 얻은 것이없는 ‘패자’라는 것을 웅변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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