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노숙자 등에게 명의를 빌려 계좌를 개설하던 대포통장 사기가 최근 이처럼 포털 사이트를 통해 통장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을 통해 당당하게 일반인에게 통장을 대여를 요청하고 거액의 대가를 지급한다. 이런 게시글이 일부 포털에서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대형 검색 사이트에서 ‘대포통장’, ‘통장판매’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일반인도 쉽게 통장 매입을 요청하는 사기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구글에 ‘대포통장’, ‘통장 임대’, ‘통장 판매’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수십 페이지에 걸쳐 통장을 임대하거나 판매하는 이들의 연락처를 알 수 있다. 이들은 대개 대포로 개설된 070번호를 사용하거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정보를 공유해 추적이 어려운 상황이다.
계좌 임대에 응하는 사람들은 대개 급하게 돈이 필요한 대학생 등이지만 일부 미성년자들도 통장임대가 불법인지 모르고 범행에 가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업목적으로 단기간 계좌가 필요하다”며 통장을 임대한 후 보이스피싱 등에 통장을 활용해 계좌의 주인까지 범죄에 노출되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제대로 된 필터링이 이뤄지지 않아 미성년자나 대학 초년생 피해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이유로 일부 포털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거나 일부 검색어를 입력할 경우 경고 문구가 뜨게 해서 이같은 범죄를 방지코자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24시간 전문 모니터링 인력을 실시간으로 400여명 운영해 불법 유해정보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의 경우에도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금융감독원의 대포통장 근절캠페인이 상단에 보이도록 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범죄에 경각심을 줄 수는 있어도 모든 범죄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대포통장을 검색하는 행위가 모두 범죄를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없는만큼 모든 검색어를 성인, 불법 키워드로 분류할 수 없다”며 “해외 사이트 뿐 아니라 국내 사이트에도 경고문구를 의무화하는 법규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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