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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오바마도 못푼…美 인종차별 ‘200년 숙제'
제퍼슨 “흑인 자유는 인종전쟁”…2세기 동안 ‘비극의 악순환’
警 정당방위 살인 꾸준히 증가…오바마 ‘포스트 인종주의’ 퇴색



미주리주 소도시 퍼거슨에서 발생한 경찰에 의한 10대 흑인 소년 사망 사건이 다인종, 다민족의 ‘멜팅팟(용광로)’ 미국의 정체성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여럿이 모여 하나(pluribus unum)”란 건국이념에 걸맞지 않게 미국은 1776년 건국이래 지난 200년 동안에 유색인종 차별주의를 뿌리뽑지 못했다.

2008년에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오히려 경찰의 정당방위에 의한 흑인 시민 총격 사건은 증가하는 등 유색인종 차별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추세다.


▶오바마의 ‘포스트인종주의’ 흔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자 첫 연임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흑인 차별 문제 해결 능력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그는 이제까지 자신을 ‘포스트-인종주의’ 시대의 인물로 포장해 왔다.

그를 무명 정치인에서 일약 대통령 후보감으로 부각시킨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 연설이 대표적이다. 당시 일리노이 주지사였던 오바마는 미국을 더이상 흑-백을 구분짓지 않는 이상국가로 그렸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내 유산의 다양성에 감사드린다. 내 부모의 꿈이 소중한 두 딸안에 존재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나는 내 이야기가 더 큰 미국의 이야기의 한 부분임을 알고 있고 있다. 나보다 앞서 온 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으며, 왜냐면 지구상 어떤 나라도 내 이야기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위대함을 자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에게) 10년전 단상에 섰던 때와 달리 인종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걱정스럽게 됐다”고 지적했다.

▶2세기 동안 계속되는 악순환 =세기를 걸쳐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1743~1826)의 발언까지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자부심이라고 한 독립선언문 상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내용이 실상은 그렇지 않아서다.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작성한 제퍼슨은 일찌감치 이런 사태를 예견했다. 아네트 고든리드 하버드 법대 교수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은 아직 왜곡된 인종주의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를 내고, “미국의 흑인들이 언젠가는 자유의 몸이 될 것이지만 그 결과는 갈등과 불가피하게 인종 전쟁이 될 것”이라고 한 제퍼슨의 ‘선견지명’을 소개했다.

고든 리드 교수는 “제퍼슨은 흑인 사회 분리를 가장 실행가능한 해법으로 봤으며 흑인은 미국을 떠나서 자신들만의 진정한 시민권을 찾아야한다고 봤다”고 했다.

제퍼슨 시대에는 흑인은 사유재산으로 취급됐고 백인 주인이 흑인을 관리하는 게 합법이었다. 이 시스템은 무너졌지만 흑인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하는 관습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 뒤로부터 200년간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인종전쟁’을 벌여왔다. “왜곡된 인종의 과거가 우리를 계속 사로잡고 있으며, 흑인은 아직 완전한 의미의 시민권자가 아니다”고 고든리드 교수는 비판했다.

▶비극의 악순환 왜? =2000년대 들어 미국 경찰의 수는 급증했다. WP에 따르면 1992년과 2012년 사이에 20년간 폭력범죄는 200만건을 육박하던 것에서 100만건 초반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이 기간 경찰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은 강력범죄 1만건 당 1.92건에서 3.38건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흑인이 주요 피해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스티브 버가트 헌터대 교수는 아랍권 언론인 알자지라에 “퍼거슨시는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미국 수백곳 지역의 하나다. 백인 권력 구조와 권리를 박탈한 대중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유색인종으로 구성된 지역사회가 전체 백인인 시의회와 90%가 백인인 경찰에 의해 대표되는 건, 이런 종류의 사회적인 폭발이 일어나도록 하는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브라운 피격 사건 이후 ‘손들어 쏘지마’ 시위를 펴고 있는 케니 윌리는 CBS에 “인종차별과 불평등 시스템이 문제다”면서 “흑인과 유색인종이 아무것도 하기도 전에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널리 퍼져 있다. 손만 들어선 해결이 안된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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