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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말레이機…‘달라도 너무 다른’ 韓ㆍ호주 정치권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세월호 참사’ 4개월이 지나도록 우리 정치권은 진상ㆍ책임 규명을 위한 ‘특별법’도 처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여객기(편명 MH17) 피격사건에 대한 토니 애벗 호주 총리의 위기관리 능력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발빠른 대처과 강경한 대응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켰다는 분석이다.

사고기에는 298명의 사망자 중 호주 국적자 27명과 거주자 8명을 포함해 호주 출신이 총 36명이 타고 있었다.

▶정부 발빠른 대응=애벗 총리는 지난달 17일 사고 발생 직후부터 매우 민첩하게 움직였다. 보고를 받은 직후 국가안보회의 각료를 소집하고 일찌감치 친러반군 세력에 의한 격추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고 “러시아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11월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을 허가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호주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추진한 것도 네덜란드(탑승객 173명)가 아닌 호주였다. 호주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목표로 20일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을 뉴욕에 급파했다. 3일 후에는 호주가 주도적으로 초안을 작성한 포괄적 국제조사단의 수용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우크라이나 사고 현장에는 호주 대표로 앵거스 휴스턴 장군을 파견했다. 또 추락현장 보호를 위해 연방경찰 50명을 현지에 긴급 투입했고, 국제조사단에도 호주 전문가들을 포함시켰다.

이달 11일에는 애벗 총리가 직접 네덜란드 헤이그로 날아갔다. 그는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하고 사고기 호주인 탑승객 유해 송환 문제와 격추사건 책임자의 기소 가능성에 관해 논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해 말레이기 희생자를 위한 정의를 촉구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출처:가디언 캡처]

▶푸틴과 담판=애벗 총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사태 수습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전화상으로는 듣기 좋은 말들만 했다”며 “이제 그는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나는 푸틴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게 하려고 그와 정기적으로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의 진상조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분개했다. 애벗 총리는 사고현장이 ‘난장판’이라고 비판하면서 “범죄 뒤에 대규모의 증거 인멸과 은폐가 이뤄지고 있다. 은폐를 위해 증거를 없애는 행위는 분명히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희생자 애도 확산=호주 전역은 애도 분위기가 확산됐다. 애벗 총리는 호주 사망자가 당초 28명에서 거주자 8명이 추가돼 36명으로 늘어나자 이들을 “호주를 ‘나의 집’이라고 말하는 38인”이라고 표현하며 비통해 했다.

그는 7월 20일 시드니의 세인트 메리 대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해 “내 딸들도 몇달 전 유럽에서 귀국하면서 MH17편을 이용했다”면서 “희생자들은 우리의 친구이자 이웃이며 자녀일 수도 있었다”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어 “내 업무의 우선순위는 호주인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적절한 일을 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시신들이 적절한 예우를 갖춰 다뤄져야 하며 철저한 조사를 위해 추락 현장이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호주 전역에서는 애벗 총리의 지시로 모든 관공서에 조기가 게양됐다. 주요 스포츠경기에 앞서 선수들은 검은 완장을 차고 묵념을 하는 등 애도 물결이 일었다.

▶애벗, 위기관리 스승 있었다=이같은 애벗 총리의 위기관리능력에는 그만의 ‘멘토’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같은 자유당 출신인 존 하워드 전 총리다. 하워드 총리는 2001년 9.11테러와 2002년 발리 폭탄테러 사건 당시 위기관리 사령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에 힘입어 2001년 지지율은 18%포인트 급등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하워드 전 총리는 애벗 총리가 스승으로 여기는 인물로, 위기관리 방법을 ‘제자’에게 전수했을지 모른다”고 예측했다.

애벗 총리 역시 말레이기 참사에 대한 강경하고 단호한 대처로 국민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달 25~26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애벗 총리의 지지율은 말레이기 사고 전보다 5%포인트 상승한 36%를 기록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포인트 하락해 53%로 낮아졌다.

아사히신문은 “인기없는 예산편성으로 급락했던 지지율이 단번에 회복됐다”며 “이는 올해 4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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