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6계.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83.41㎡(이하 전용면적)형이 처음 경매에 나와 바로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 20억원을 최저가로 경매를 시작해 20억4799만원에 입찰한 유모씨에게 낙찰됐다. 2위와 입찰가 차이가 3000만원이 채 안되는 접전이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2.4%나 됐다.
같은 날 이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 아파트 106.41㎡형도 마찬가지. 처음 나와 유찰없이 바로 낙찰됐다. 감정가 7억10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가 시작됐는데 3명의 응찰자 모두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입찰했다. 낙찰자는 7억2539만원에 입찰한 왕모씨로 낙찰가율은 102.2%였다.
경매시장에서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 아파트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되는 ‘고가낙찰’이 속출하고, 경매에 처음 나온 ‘신건’이 유찰없이 바로 팔려나가는 사례도 늘었다.
8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 이달 일주일(1~7일 기준)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94.8%를 기록했다. 아직 이 기간 경매 진행건수가 적어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과열조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강남3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6월 84.1%, 7월 87.8% 등으로 매달 급등하고 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매시장도 매매시장과 같이 7~8월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지만 요즘 강남지역 아파트에는 응찰자가 대거 몰리고, 낙찰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완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데 따른 것같다”말했다.
일반적으로 낙찰가율이 80%이상이면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본다.
응찰자가 수십명씩 몰리는 사례도 많다.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된 서초구 방배동 ‘삼환나띠르빌’ 148.99㎡형엔 17명이나 입찰했다. 감정가 7억4500만원인 이 아파트는 이날 감정가의 80%인 5억96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를 진행했으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결국 7억4561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결국 감정가보다 높은 100.1%나 됐다.
지난달 22일 있었던 서초구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76.89㎡형에는 무려 26명이나 응찰했다. 역시 낙찰가는 감정가(6억원)를 뛰어넘는 6억1288만원으로 낙찰가율은 102.2%까지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낙찰가율이 상승하는 것은 매매시장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클 때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해 비싸게라도 낙찰 받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해 공격적으로 입찰가를 써내는 것이다. 최근엔 특히 대출규제 완화로 집값을 낼 여력이 커지면서 낙찰가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매시장에는 투자수요가 꽤 많아 시장의 기대감을 즉시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며 “2주택자 전세 과세 포기, 대출 규제완화 등의 효과가 경매시장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화가 빠를 때 특히 고가 낙찰을 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매시장에서 사는 물건이 자칫 기존 매매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비쌀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은현 EH 경매연구소 소장은 “경매는 명도비용, 기회비용 등 일반 매매보다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 매매로 살때보다 20%는 더 싸야 효과가 있다”며 “경매 현장이 과열되면 자칫 나도 모르게 고가 입찰을 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