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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방-러, 무역전쟁 본격화…中ㆍ브라질 웃는다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서방의 고강도 경제 제제에 맞서 러시아가 농산물ㆍ식품 수입금지로 무역보복에 나섬에 따라 중국과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는 경제제재를 나란히 맞교환했다. 서방이 러시아 국영은행의 유럽에서의 채권판매 금지 등 러시아의 돈줄을 죘고, 이에 맞서 러시아는 폴란드 사과, 스페인 소고기, 그리스 양배추 등 서방의 농수축산물의 수입을 중단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양측의 상호 제재로 인해 러시아 기업 뿐 아니라 유럽기업까지 부메랑 피해를 봐,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의 상황이 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선 수혜자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 현지언론 모스크바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대통령이 러시아 개인ㆍ법인에 경제 제재를 가했거나 동참한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품, 원료, 식품의 수입을 1년 동안 금지ㆍ제한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며 이번 무역보복으로 은행, 석유가스, 식품, 국방기술, 우주 등 제제 관련 각 부문에서 수혜를 볼 기업과 국가를 분석, 정리했다.

▶홍콩ㆍ터키 은행 반사이익 기대=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방크, 대외무역은행(VTB), 가스프롬방크, 대외경제개발은행(VEB), 로셀크호즈방크 등 5개 기업이 지난 1일부터 유럽에서 채권 판매가 금지되자, 아시아 금융허브는 호기를 맞았다. 러시아 기업들이 달러화를 버리고 대신 서방 제재와 무관한 홍콩달러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2위 이동통신사 메가폰, 세계 최대 니켈 생산기업 노릴스크 니켈, 러시아 2위 천연가스 생산업체 노바텍 등이 자산 일부를 아시아 통화로 바꿔 중국계 은행에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국자본은 러시아에서 러시아와 경쟁 관계인 터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석유가스업계 수혜= 이번 제재로 유럽의 첨단 심해 시추 기술 도입이 어려워진 러시아 유화산업계는 대신 중국기업과의 교류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파이젠은행의 안드레이 폴리슈추크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술이)대부분 미국 장비를 허락받지 않고 모방한 것들일 것이다”며 중국산이 질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번 제제가 러시아 국내 시추장비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전화위복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모스크바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 강화로 미국의 6월 對러시아 수출입 규모가 34% 급감했다.<자료=미 상무부>

▶브라질 등 남미 농산물 수출 확대 예상= 러시아는 스페인산 소고기 대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산 수입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정부는 7일 브라질, 에콰도르, 칠레, 아르헨티나 대사를 불러 농산물 수입 수요를 이들 나라로 돌리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유제품은 우크라이나 대신 벨라루스, 사과 등 과일야채는 폴란드 대신 조지아와 중앙아시아로 대체된다. 핀란드 낙농업은 이번 러시아의 무역보복 조치로 5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농산물 수입국 중 하나로 미국은 지난해 약 13억 달러(1조3425억원)의 농산물을 러시아로 수출했다.

EU 역시 약 158억 달러(16조3166억원) 어치를 러시아에 팔았다. 이에 러시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EU 회원국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유럽산 농수산물 수입 금지가 분명 유럽 이외 국가 농수산업에 호기이지만, 파급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회사 피남 매니지먼트의 맥심 클라긴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의 식품 수입 금지 조치는 러시아 수출입에 영향이 적은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 경제에 스스로 타격을 입히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 상무부는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강화로 6월 미국의 대러시아 수출입규모가 34% 급락했다고 밝혔다.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양날의 칼’이 되고 있음이 무역통계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군사무기는 러시아 대체 어려울 듯 =EU가 레이저, 항공전자공학, 첨단소재 등 민관 양용 장비 수출을 금지한 것은 장기적으로 러시아 방산업체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관 양용 장비 분야에선 유럽에 비해 기술력이 한참 뒤지는 중국산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군사정치분석연구소 알렉산드르 크람치킨 소장은 “러시아는 서방의 양용 수입을 다른 무역 파트너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유일한 대안은 국내 제조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론 상 러시아는 서방의 민관 양용 장비 기술을 따라잡을 수는 있지만 수년간 대단위 투자가 든다”고 덧붙였다.


▶러-중, 우주산업 협력 예상=서방과 러시아의 냉각된 관계는 러시아와 중국 관계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앞으로 우주 및 방위산업 관련 전자부품을 서방 국가가 아닌 중국에서 구매할 예정이다.중국 우주항공과학산업(China Aerospace Science and Industry Corp. CASIC)과 산하 연구소들이 대체 부품 수십가지를 러시아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향후 2년~2년 반 동안 중국 우주 전자부품 수십억달러 어치를 구매할 계획이다. 또 CASIC 산하 12개 연구소 대표들이 오는 18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우주방산 관계자들과 세미나를 열기로 하는 등 양측간 우주 및 방산 분야 협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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