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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권대봉> 각득기분(各得其分)의 능력중심사회
대졸 청년실업자 양산하는 한국…학력중심 사회서 탈피 못해
선진국들은 능력따라 진로 선택…‘일·학습병행제’ 성공 기대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7월 31일부터 8월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5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개최했다. 한국의 경우 25~34세의 청년층 대학교육 이수률이 64%에 달해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지만, 취업률은 꼴찌에 그치고 있어 학력 인플레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 참가한 전국 130개 4년제 대학들이 신입생 유치전을 벌였지만, 대학 졸업 후 취업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중ㆍ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이나 대학입학자격시험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진로신호 기제를 전달하므로, 학생들은 각기 능력에 따라 각득기분(各得其分)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각득기분(各得其分)이란 인간과 만물이 각기 그 분수를 얻는 것을 말한다. 유학자인 금곡 하연순 선생은 “각기 분수를 얻는 균등이 진정한 평등”이고, “백두산을 넘어뜨려 남산을 만드는 것이 평등이 아니며, 백두산은 백두산만하고 남산은 남산만한 것이 평등”이라고 일렀다. 각기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고 능력껏 일해 학력이 아니라 능력을 발휘한 만큼 대우를 받고 살 수 있는 사회가 각득기분(各得其分)의 능력중심 사회이다.

각득기분(各得其分)의 정치철학은 헌법에도 담겨있다. 헌법 전문에는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해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가 포함되어 있고, 헌법 제31조 ①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여서 한국이 균등한 능력중심사회를 지향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아직 능력중심사회가 아닌 학력중심사회에 머물고 있다. OECD 각국이 중ㆍ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과 대학교육의 질(質)관리를 통해 학교교육과 노동시장의 시스템 적합화를 도모해 능력중심사회를 작동시키고 있지만, 한국은 교육의 질(質)관리를 소홀해 대졸 청년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는 학력중심사회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학력중심 사회에서 능력중심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박근혜 정부가 올해부터 ‘일ㆍ학습 병행제’를 도입했다. ‘일ㆍ학습 병행제’는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 인재를 기르기 위해 기업이 고졸자를 채용해 학교와 함께 일터에서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수료자의 역량을 국가 또는 산업계가 평가해 자격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성공한다면 “일단 대학은 가고 보자”는 문화가 바뀔 것이다. 정부가 2017년까지 1만개 기업의 참여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데, 성공의 관건은 정부와 기업과 학교의 협업이며 다음 정부의 정책 연속성도 큰 변수 가운데 하나다.

한국이 각득기분(各得其分)의 능력중심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 적어도 추진해야 할 세 가지 정책과제가 있다.

첫째, 사회정책차원에서 학력간 임금격차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입직시 학력기준 호봉급이 아닌 직무급을 도입하여 능력급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학력이 아닌 능력에 따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체제구축이 선결과제이다.

둘째, 교육정책차원에서 모든 학생을 대학을 향해 한 줄로 세우는 단선형 학제를 다선형 학제로 바꾸어 꿈과 끼에 따라 여러 줄을 밟을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대학단계의 ‘일ㆍ학습 병행제’뿐 아니라, 고등학교 단계에서도 독일과 스위스처럼 ‘일ㆍ학습 병행제’를 도입해 한 사람도 놓치지 않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셋째, 문화정책차원에서 대학은 물론 초ㆍ중ㆍ고 교육의 질관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한다. 한국의 온정주의문화로 인해 대학졸업정원제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학교 교육현장에 합리주의 문화를 정착시켜 학생과 학부모에게 올바른 진로신호 기제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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