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 아인슈타인, 마르크스, 프로이드, 에디슨 등 근현대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부터 가깝게는 할리우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까지 무수한 유대인들이 각 분야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유대인이 북반구에 분산 이주하지 않았다면, 근대자본주의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독일의 역사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의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노벨상 수상자의 20%가 유대인이고, 로스차일드ㆍJP모건 가문 등으로 대변되는 유대계 자본은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듀퐁, 보잉, GE, 제록스 등 산업사회 고도화의 첨병역할을 했던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유대인의 손에서 태어났다.
그 과정에서 유대인들은 큰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2014년 7월 기준으로 전 세계 300대 슈퍼리치 가운데 유대인은 35명이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만 660조 원이다. 1600여명의 전세계 빌리어네어들이 보유한 총 자산의 10%가 이들 35명의 유대인 손안에 있다.
시계를 확장해도 유대인 부호들의 위력은 드러난다. 지난해 포브스 이스라엘 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억 달러 이상 자산을 가진 전 세계 유대인은 총 165명. 그 중 미국 국적 보유자는 105명이다. 미국 내 고액 자산가 넷 중 한 명이 유대인인 셈이다. 그 뒤로 러시아, 캐나다, 브라질, 영국 등도 눈에 띄었다,
유대인 슈퍼리치들은 주로 금융업과 IT분야에 분포하고 있다.
유대계 기업가 가운데 최고의 슈퍼리치는 IT기업 오라클(Oracle) 회장 레리 엘리슨(Larry Ellison·49.7조)이다. 그는 미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다. 레리 엘리슨은 어머니로부터 유대인 피를 물려받았다. 19살에 미혼모 상태로 아기를 낳은 그녀는 아들을 미국에 있는 친척에게 입양시켰다.
공동 2위는 복합기업 코크 인더스트리(Koch Industries)를 이끄는 찰스 코크(Charles Koch·41.2조), 데이비드 코크(David Koch·41.2조)다. 그들은 금융 분야까지 진출해 작년 매출만 115조에 이를 정도로 회사를 키웠다. 두 형제 역시 정통 있는 유대인 뿌리를 갖고 있다.
4위는 리조트ㆍ카지노 재벌인 라스 베이거스 샌즈(Las Vegas Sands) 그룹의 셸던 아델슨(Sheldon Adelson·36.1조) 회장이다. 그는 내국인 출입을 전제로 한국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아델슨은 우크라이나계 유대인 이민자 아들로 태어났다.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추모하는 ‘야드 바솀’(Yad Vashem)과 정체성을 위해 해외 유대계 젊은이들을 이스라엘에 단기간 체류시키는 프로그램에 매년 많은 돈을 지원한다.
그 뒤를 전직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34.8조)와 페이스북(Facebook)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33.1조)가 이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유대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마크 저커버그는 전형적인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유대교 교육을 받았다. 13세 때는 유대인 성인식 바르 미츠바(Bar Mitzvah)도 받았다.
7, 8위는 IT 공룡 구글(Google) 공동 창업자 레리 페이지(Larry Page·32.1조)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31.8조)이다. 레리 페이지는 유대인 어머니를 뒀고 세르게이 브린은 모스크바 대학을 졸업한 유대인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소련이 자행한 반유대주의 정책을 피해 6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KT&G를 인수하려 했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Carl Icahn·24.5조)와 지난해 5조 9000억 원을 벌어들인 ‘헤지펀드 제왕’ 조지 소로스(George Soros·23조)도 유대인이다. 칼 아이칸은 미국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유대교 성가대에서 활동했다. 헝가리에서 출생한 조지 소로스는 홀로코스트를 피해 1947년 영국으로 이주, 유대인 삼촌 손에서 자랐다.
전 세계 슈퍼리치 300명 안에 속한 유대인 35명 중 금융 관련 종사자는 절반을 넘었다. 지분 등 투자출처를 떠올리면 그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더 올라간다. 벤처에 기반을 둔 IT분야에서의 유대인 약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유대인 슈퍼리치 톱10 중 4명이 IT업계 종사자다. 유대인들이 혁신의 산업, 창조의 영역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유대인들에게는 ‘후츠파(Chutzpah)’ 정신이란 것이 있다. 후츠파란 히브리어로 ‘뻔뻔함’, ‘담대함’, ‘저돌성’ 등을 의미하는 단어다. 전문가들은 유대인들이 이 후츠파 정신을 이루는 요소로 ‘형식의 타파’, ‘위험의 감수’, ‘목표지향성’, ‘끈질김’, ‘실패로부터의 교훈’, ‘끊임없는 질문’ 등을 꼽는다. 이러한 자세가 유대인 기업가들을 다른 민족의 사업가들과 차별화 시킨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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