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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실리콘밸리가 섹스밸리?
국민상식 수준에서 질문을 던져 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반도 초입인 산타클라라 일대의 첨단기술연구단지? 골드러시로부터 100년이 지난 1950년대에 또 한 번의 황금바람이 불어 닥친 곳?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silicon)과 산타클라라 계곡(valley)의 합성어?

무엇일까요. 뻔합니다. 바로 실리콘밸리입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최첨단 도시 아닙니까. 그 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풀어봅니다. 샌프란시스코 반도에 쌈박하게 자리잡은 실리콘밸리. 이 실리콘밸리가 산타클라라 계곡에 자리 잡은 것은 ‘황금의 땅’에서 금을 캐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물욕 때문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 표지판

물리적으로 최적의 조건이 갖춰집니다. 골드러시로 어마어마한 자본이 축적되면서 내로라하는 자들이 다 모여들자 한탕해보려는, 그러니까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기업인들이 우글거리기 시작합니다. 뭔가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서서히 기적의 서막이 생겨납니다.

그런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입니다. 주변에는 대학촌이 생겨납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인 스탠퍼드대학입니다. 금을 찾아 서부로 이주해 온 뉴욕 출신 릴런드 스탠퍼드라는 사람이 세운 대학입니다. 만약에 골드러시가 없었다면 명문 스탠퍼드도 없었겠지요.

실리콘밸리에 들어선 첨단기업들

그런데 조물주도 큰 힘을 보탭니다. 바로 실리콘밸리가 들어선 길쭉하게 움푹패인 그 곳, 겨울철 서너 달(12~3월)을 빼고는 비가 내리지 않아 습기가 전혀 없는 곳이라는 군요. 그러니까 첨단기기를 쓰고 또 첨단제품을 뽑아내는 최첨단 공단에 그야말로 최적인 천연건조 기후가 늘 유지되는 기묘한 곳이라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실리콘밸리가 낳은 최고 거부이자 걸출한 인재 빌게이츠는 그의 저서 ‘미래로 가는 길’에서 ‘황금의 질주(race for the gold)’라는 글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창조적 열기를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에 한껏 비유했습니다. 중세 연금술사들은 실패해도 첨단 실리콘 연금술사들은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라고요.

야후

그런데 아뿔싸, 실리콘밸리가 ‘섹스밸리’로 지탄받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의 문제이자 주제입니다. 낯 뜨거운 섹스문제가 툭툭 터지는 겁니다. 섹스스캔들, 참으로 야한 일입니다. 이런 일로 워크홀릭들의 본산인 실리콘밸리가 들썩이니 보통 문제가 아닌 거지요.

세계 최고 포털 ‘야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여성과 이 여성의 직속상관인 여성 기술임원이 그렇고 그런 관계였던 모양입니다. 레즈비언 말입니다. 엔지니어 여성을 기술임원 여성이 대놓고 섹스를 요구하고 더듬고 어쩌고 별일 다 벌인 모양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야동을 연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부하 여직원은 이 일로 해고를 당해 전직 엔지니어입니다. 이 여인인 상사를 성폭행에다 성희롱 등으로 고소를 한 겁니다. 파문이 큽니다. 끝장을 보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역시 세게적인 검색포털 ‘구글’에 난리가 벌어진겁니다. 이 회사의 고위급 임원이 몸을 파는 매춘부와 섹스하다 목숨을 잃었답니다 . 이 여성은 그 임원에게 무지막지하게 마약성 약물을 주사로 투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체포됐습니다. 황당한 섹스파티에 이어 노골적인 동성애 성범죄가 터진 실리콘밸리입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 촬영지 스페인광장 계단

최첨단만 추구하던 실리콘밸리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건가요. 물론 묵묵히 밤을 새우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는 모험주의자들이 대다수일겁니다. 그런데 남성위주의 문화에다 권위주의적이던 이곳에 다양성이 접목됩니다. 돈이 있고 야망이 있는 곳이면 음침한 문화가 기생하기 마련입니다. 여성 벤처기업인들도 속속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호황을 누리다보니까 성(性)산업도 번창하겠지요. 당연합니다. 이미 경고음이 들립니다. 실리콘밸리가 외로움을 마구 벗어던지고 자유를 탐닉한다고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고독 속에서 창조적인 산물을 내놓으려 정신과 육체를 고갈시킨 머리 좋은 남여들이 자기반란을 도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마의쾌락을 상징하는 작품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실리콘밸리 가까이 죽음의 계곡이 있습니다. 골드러시 때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지름길을 택하려 나대던 이들이 숱하게 죽음을 맞았거나 죽다 살아난 곳, ‘데스밸리(death valley)’가 그 곳이다. 실제로 죽음의 계곡은 여전히 ‘가볼만한 곳’으로 유명세를 탑니다. 거기를 가는 자체가 벤처, 아니 어드벤처라고 할 정도이니까요.

이쯤에서 뭔가가 뇌리를 스칩니다. 로마 이야기입니다. 벗고 벗기는 육욕, 그 끝없는 쾌락으로 막을 내린 세계사적 부흥국의 말로 말입니다. 엄청난 비약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지금 실리콘밸리가 병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앞날, 주의 깊게 지켜 볼 일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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