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내세운 게임이론의 근본적인 개념은 ‘공유지식’과 ‘공공의례’, 그리고 이를 통한 개인 상호간의 행위 ‘조정’이다. 그 중에서도 ‘공유지식’이 핵심적인데, 이것은 단순히 특정 정보를 다수가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수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음을 서로 알고 있다’는 것이 공유지식이다. 즉 ‘내가 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고, 당신이 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나도 알고 당신도 안다는 사실을 서로가 아는’ 상태, 인지의 연쇄가 이뤄진 상태가 공유지식이다.
이러한 공유지식에 대한 개념은 전통적으로 권위를 과시하고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던 권력자들의 의례를 새로운 눈으로 보도록 한다. 과거 왕의 행차나 이것의 현대적인 버전으로서의 각종 국가적 예식은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나 선전의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참여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수용하고 복종하고 있다”는 공유지식을 산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정치적 저항으로서 시위나 집회에 나서는 이유도 개개인들이 단순히 분노하고 반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나와 마찬가지로 분노하고 반대하고 있으며, 이 사실을 서로 알고 있다”는 공유지식 때문이다. 권력은 검열하고, 저항자들은 더 많은 지식을 퍼뜨리려 하는 것도 ‘공유지식’의 산출을 둘러싼 싸움이다. 마케팅 역시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유지식을 산출하고, 소비자들에게 확신을 주느냐에 성공이 달려있다. 미국의 슈퍼볼 TV중계 광고가 막강한 힘을 갖는 이유도 “이 광고를 다수의 시청자들이 보고 있으며, 그들은 모두 해당 상품 혹은 기업에 대해 알고 있다”는 공유지식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유지식은 개인들이 집합적인 행동에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동기가 되며, 개인 상호간 관계에 따라 행동의 양상을 결정하는 것을 ‘조정’이라고 저자는 부른다.
이 책은 ‘개개인은 어떻게 서로의 행동을 조정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며, ‘사람은 홀로 행동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참여할 때에만 자신도 동참하길 바란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체제에 대한 저항운동은 조정 문제이다. 봉기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구속될 가능성은 낮아야 하므로, 각 개인은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할 때 자신도 참여하려고 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사회, 경제의 중요한 주제이자 개인의 선택과 군중 행동의 중요한 변수인 윤리와 정의이라는 측면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이 책에서 시도된 게임이론이 매우 유용하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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