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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특수부대의 불편한 진실…2년반만에 49명 자살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미국 특수부대원 마이클 루브 중사는 지난해 여름 36세 생일을 맞은 며칠 후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겼다. 소속 부대 ‘그린베레’ 군복에 “모든 것에 지쳤다(I’m so goddamn tired of holding it together.)”는 짧은 글을 남겼을 뿐이다. 루브 중사가 달라진 것은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4번째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부터였다. 주체할 수 없는 소외감과 분노를 조절할 수 없었다. 루브 중사는 술에 찌들어 아내 수잔을 폭행하기도 했다. 믿음직한 군인이자 헌신적인 남편이었던 루브의 달라진 모습에 수잔은 전문적인 치료를 권했지만 단칼에 거부 당했다. “그런 치료를 받은 것이 알려지면 군에서 내쳐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보다 못한 수잔은 남편의 상사와 비밀리에 상담을 했지만 “(외부에 누설 말고) 가족 안에서 처리하라”는 말이 돌아왔다.

‘최강 군사대국’ 미국 특수부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년 6개월간 자살한 특수부대 출신 병사는 49명에 달했다. 이는 이전 5년간 발생한 자살 건수를 넘어선 것이다.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사업국의 제퍼리 링 의사는 “충격적인 숫자”라며 “특수작전 부대원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심각한 정신적 외상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병사들이 입을 다물고 있을 뿐 이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전장의 엘리트 터프 가이들이 치료에는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3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들이 특수부대원 사체를 수송기로 이송하고 있다. [출처:아사히신문]

가장 큰 문제는 특수부대 특유의 ‘문화’다. 특수작전 부대원들은 일반 부대보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아무리 힘든 고통도 견디며 끝까지 투쟁할 것을 훈련 받는다.

대테러 전쟁 최정예부대 ‘델타포스’에서 18년간 근무한 크리스 패리스 상사는 이와 관련, “군인들 사이에 ‘상담이나 정신과 의사에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동료에게 알려지면 나의 남성다움은 어떻게 될까. 절대 약점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강박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특수부대원은 총 6만6000명으로, 이중 엘리트 대원은 1만8000명이다. 이들은 지휘ㆍ전투팀에 속해 최전선에 배치되거나 비밀 임무를 맡는다. 대부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고, 파견 횟수는 연 2회, 기간은 1회당 3~4개월이다. 작전에 투입되는 특수부대원의 평균 나이는 29세이고 장교는 34세다.

전선에서는 ‘사살 아니면 생포’하는 작전을 벌이고, 임무를 마치며 다음 파견까지 수개월간 일시적인 휴가를 얻는다. 그리고 이것이 무한 반복된다.

특수부대원의 또 다른 자살 원인으로는 저수준 폭탄에 따른 뇌손상이 지목됐다. 패리스 상사는 “자신의 뇌에도 4군데 외상성 뇌손상이 있다”며 “특수부대원으로서 문이나 벽을 폭파시키는 ‘돌파(breaching) 훈련’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패리스 상사는 “돌파전술 훈련에 수천번 노출됐다”고 말했다. 

미 메릴랜드 월터리드 육군의료센터에 있는 환자 병사들이 자신의 내면 세계를 그린 가면. [출처:NYT]

실제로 미국ㆍ뉴질랜드ㆍ캐나다 군사 연구원들이 2008년 낮은 수준 폭탄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군인들을 조사한 결과, 피로와 기억력 감퇴, 두통, 사고(思考) 지체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 군 당국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뇌손상이나 PTSD치료, 특수작전 부대원 자살 방지를 위해 총 2300만달러(약 232억원) 예산을 책정했다.

빈라덴 사살 작전을 총괄한 미 해군 윌리엄 맥라븐 제독은 지난 3월 12페이지짜리 내부 문건에서 “우리는 12~13년간 치열한 전투를 벌여왔다. 이런 전투를 경험한 사람은 누구라도 변할 수 있다”며 “자살 방지에 도움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을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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