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회장, 안정된 상태 속에서 서서히 회복중” 정상경영 유지 속 지배구조 개편 등 잰걸음 직업병 대화 등 성과…“실적악화 극복 주시”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중인 이건희(72ㆍ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11일로 입원 두 달째를 맞는다. 총수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애초 우려와 달리 삼성그룹은 그동안 다져놓은 시스템 경영에 따라 큰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
▶“李회장 회복세”…의식은 안 돌아와= 이 회장은 지난 5월 11일 새벽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보름 만에 혼수상태에서 회복됐다. 심폐 기능도 정상을 되찾았다. 손발을 조금씩 움직이고 쳐다보면 눈을 맞추는 등 간단한 외부 자극에 반응도 하고 있다고 삼성 측은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소통은 할 수 없고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안정된 상태에서 서서히 회복 중”이라며 “2주 전 브리핑 때와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상 경영’ 유지…지배구조 재편 등 잰걸음= 삼성은 평소와 다름없는 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 계열사 사업ㆍ지배구조 재편 작업의 속도를 내고 있다. 일상적인 업무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경영진이 협의해 처리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때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병원과 회사를 오가며 주요 업무를 챙기고 있으며, 최 실장은 날마다 병실에 들러 이 회장의 동태를 체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를 내년 1분기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3일 발표했다. 지난 5월에는 삼성SDS의 연내 상장 계획도 내놓았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간 합병도 예정대로 지난 1일 완료됐다.
▶직업병 대화 시작 등 성과…실적 악화 극복해야= 삼성은 삼성전자 경영진이 직업병 피해 노동자 보상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고,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사의 단체협약 협상을 타결짓는 등 실타래 같이 얽힌 난제들도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지난 5월 대화를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그동안 팽팽히 맞서온 쟁점 사항도 상당 부분 양보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였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사의 단체협약 협상 타결도 눈에 띄는 성과다.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해 7월부터 파업 투쟁을 벌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은 염호석 조합원 자살 사건 이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40일 넘게 해오던 농성을 지난달 29일 풀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영업이익 7조2000억원의 어닝 쇼크 수준의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재계 등에서는 원화 강세에 따른 저환율 지속과 스마트폰 시장 포화에 따른 예고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이를 예감하고 연초부터 ‘마하(Mach) 경영’을 주창하며 경영 혁신을 주문했던 이 회장의 공백을 딛고 삼성이 재도약할 수 있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