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팬택의 틈을 일본 소니가 비집고 들어온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가 예약판매에서 수 차례 매진을 기록한 것을 발판으로, 다양한 가격대의 스마트폰을 잇달아 선보인다.
9일 소니는 보급형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E1(이하 E1)’에 이어 중급 모델 ‘엑스페리아 C3(이하 C3)’를 공개했다. 5월 선보인 고급 모델 엑스페리아 Z2까지 감안하면, 모든 가격 대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소니의 전방위 공세에 주목했다. 한두가지 모델을 선보인 뒤, ‘판매 부진’을 이유로 바로 철수하곤 했던 과거 해외 제조업체들과는 다른 국내 시장 공략 방법이다. 자칫 팬텍의 입지가 위태로운 사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3위로 등극할 수도 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실제 국내에서 소니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조용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겨울 처음으로 소니 독자 브랜드로 선보인 ‘엑스페리아 Z1’은 2070만 화소라는 고화소 카메라를 무기로 주목을 받았다. 후속 Z2는 KT와 SK텔레콤 예약판매에서 모두 매진되며 출시와 함께 1만대 가량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엑스페리아 E1’은 워크맨 기술을 접목해 음악감상에 특화된 기능에 16만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국내 자급제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또 이날 공개한 ‘엑스페리아 C3’는 셀카에 특화된 스마트폰으로, 전면에 500만 화소 25㎜ 광각 카메라와 LED 플래시를 장착했다.
소니는 지난 2012년 ‘소니 에릭슨’을 자회사로 분리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으로 사명을 바꾼뒤 스마트폰, 태블릿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엑스페리아의 다양한 라인업 출시는 소니의 스마트폰 전략 방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추세이고, 고사양 스마트폰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프리미엄폰과 보급형폰 ‘투트랙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것. 한국ㆍ중국을 비롯해 수익 창출 여력이 남아있는 신흥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및 개성으로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IT전문매체 폰아레나 등 일부 외신들은 “소니는 한국시장에서 고가의 휴대폰을 사길 원치 않는 고객들에게 구애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홈그라운드에서 소니가 선전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소니 스마트폰 전세계 누적 수익은 지난해 1분기 70억4,300만 달러에서 올해 114억4,100만 달러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점유율은 답보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소니 스마트폰 점유율은 2009년 0.5%, 2010년 3.6%, 2011년 4.3%, 2012년 4.4%, 지난해 3.9% 수준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