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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가장자리에 선 소년과 소녀의 아름다운 우정, 안나 가발다 신작 ‘빌리’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프랑스 인기 작가 안나 가발다의 소설 ‘빌리’(정미애 옮김, 문학세계사)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이 소설은 프랑스에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소설로, 국내에는 ‘아름다운 하루’에 이어 4년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소외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열 다섯 살 소년과 소녀의 만남과 우정,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안나 가발다는 이 소설을 두고 주인공이 ‘해방’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고통스러운 과거와 힘든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려고 애쓰는 소녀가 별에게 전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안나 가발다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서로간의 연대가 얼마나 가치 있는 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썼다.

빌리와 프랭크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둘은 중학교 개학식 날 첫 대면부터 각자 어둡고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본다. 하지만 각자의 삶에 조금이라도 고통을 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를 차갑게 외면한다. 한 살 도 안 된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가버린 엄마, 늘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언제 손찌검을 날릴지 모르는 아버지 밑에서 빌리는 하루 하루를 견디며 살아간다. 가난한 집시 출신이라는 걸 감추려고 매일 외딴 공토 후미진 곳에 세워놓은 이동식 주택에서 멀리 떨어진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빌리에게 세상은 배수구조차 없는 시궁창이다. 프랭크 역시 세상의 어둠 속에서 한발도 떼지 못한 채 삶을 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커리어우먼인 엄마와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권위주의적 아버지를 못 견뎌하며 늘 말없이 혼자 배회한다. 자신이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은 그의 삶을 덮은 그늘을 더욱 짙게 할 뿐이었다. 둘은 서로를 오랫동안 회피하며 지내다 문학 수업에서 우연히 제비뽑기로 알프레드 드 뮈세의 희곡 ‘사랑을 가지고 장난치지 마세요’의 남녀 주인공을 맡게 되면서 급격히 가까워진다.

출판사는 “무엇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안나 가발다만의 독특한 독백 방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사건 자체의 진행보다 등장인물의 깊숙한 내면에 파고들어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외치고, 그 안에서 끝없이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의 심리를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 해낸다”고 소개했다.

1970년생인 안나 가발다는 단편집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와 장편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어린이청소년소설 ‘35㎏짜리 희망덩어리’ 등을 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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