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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환율 세자릿수 카운트다운
양날의 칼 경상흑자안전한 투자처 인식 유도외국인 자금 지속적 유입중소·중견기업 직격탄민간소비 침체 악순환선진국 환율전쟁도 한몫
양날의 칼 경상흑자
안전한 투자처 인식 유도…외국인 자금 지속적 유입
중소·중견기업 직격탄
민간소비 침체 악순환…선진국 환율전쟁도 한몫


우리 경제를 출렁이게 만드는 환율이 경상수지의 ‘덫’에 걸렸다. 환율을 끌어내리는 원화 강세 기조의 핵심에는 우리나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있는데, 여기에 지나친 대내외적 시선이 집중되면서 한국경제 체력이 제대로 구비되기 전에 ‘원고(高) 시대’를 앞당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날의 칼’경상흑자=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6년만에 처음으로 1010원 아래로 떨어졌다. 주요국의 경제지표 호조로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강해진데다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이어진 탓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누적이 하락을 주도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게 만든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증권시장과 채권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것을 유도한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경상수지 흑자는 달러 공급 압력을 가함과 동시에 원화 자산의 위상을 높여 환율하락 재료임에 분명하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 진행은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입증해준다. 지난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예고로 신흥국들이 흔들릴 때 외부충격을 보호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대규모 경상흑자는 외채구조를 개선하고 외환보유액을 증가시켜 대외신인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하지만 경상수지는 수출과 수입의 차액을 가리키는 것으로, 수입이 줄어들 때도 흑자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최근의 흑자 행진은 국내 투자와 소비가 침체되면서 나타나는 이른바 ‘내수침체형 흑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 악순환 고리’우려=환율이 급락하면 대기업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지만, 중소ㆍ중견 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대기업들은 해외 생산 비중 확대와 결제 통화의 다양화, 환헤지 등으로 환율 변동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중소ㆍ중견 기업들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환위험 관리를 하기엔 역부족이다.

중소ㆍ중견 기업의 수출 피해는 다시 내수부진의 요인이 될 수 있어 자칫 우리 경제가 ‘내수부진→경상흑자→원화절상→중소ㆍ중견 기업 수출부진→내수부진→경상흑자→원화절상’ 식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중소ㆍ중견 기업의 수출부진이 민간소비 침체와 밀접히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환율 하락이 해외소비만 증가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내국인의 해외 관광지출액은 16억968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4.7% 늘었다. 올해 1분기 내국인의 해외카드 사용액도 28억2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증가했다. 자녀교육과 노후 준비 등 구조적 요인에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쳐 소비에서 환율 하락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세자릿수 진입‘카운트다운’=일각에선 원화절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데는 선진국들의 ‘환율전쟁’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최근 미국이 중국, 독일 등 다른 주요 경상흑자국은 제외시키고 우리나라에만 통화절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세자릿수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형준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3분기 내 세자릿수 환율을 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1997년 말 한국의 외환시장이 자유변동환율 제도로 전환된 이래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로 떨어진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6년 1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약 27개월이 유일하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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