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한 삼성SDI가 이날 오전 용인 기흥사업장에서 이사회를 열고 PDP사업을 연내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합병의 가장 큰 목적인 에너지ㆍ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산업의 수명이 다한 PDP를 접기로 한 것이다. 이에따라 내년부터는 매출은 일시적으로 줄겠지만, 수익성과 사업효율은 오히려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SDI의 지난 해 매출 5조165억원 가운데 PDP 등 디스플레이 부문은 1조6600억원을 차지했다. 하지만 영업손익은 274억원의 적자였고 이는 고스란히 회사 전체의 연간 영업적자가 됐다. 특히 PDP 부문의 작년 매출은 전년의 2조3780억원 대비 3분의 1가량 줄었고, 영업손익은 83억원의 흑자에서 적자전환한 수치다. 매출기여도는 계속 떨어지고, 손익에는 부담만 되는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삼성SDI의 PDP사업 종료는 에너지ㆍ소재기업으로의 완벽한 변화를 위한 첫 단추다. 삼성SDI는 1970년 브라운관TV를 시작으로 2001년 PDP사업에 진출하면서 45년간 디스플레이 사업을 영위해왔다. 하지만 LCD가 보급되고 LED와 OLED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등장하면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해당산업을 맡게 됐다. 대신 삼성SDI는 21세기 핵심유망산업인 2차전지와 소재부문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삼성SDI는 소형 2차 전지부문에서는 4년 연속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지키며 2위와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용 전지 부문에서는 BMW, 크라이슬러 등의 메이저업체와 고객을 잇따라 확보하고 있고, 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도

유럽 빅3를 비롯해 인도 등 신흥시장까지 수주를 확대하는 등 블루오션(blue ocean)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에너지사업과 소재사업의 시너지를 제고하는 한편 마케팅 역량을 극대화해 2020년 매출 29조원 규모의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한편 삼성SDI의 PDP 등 디스플레이 관련 자산은 7조8989억원(3월말 기준)이다. 하지만 지난 해 4분기 국내 및 해외 PDP 건ㆍ구축물과 기계설비에 대한 자산감액을 실시해 사업종료에 따른 부담을 이미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존 건축물 및 범용설비 등은 전사적으로 재활용하고 불용설비 등은 매각해 소재ㆍ에너지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홍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