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밝힌 뒤부터 사실상 총리공백 상황이 44일간이나 지속된 터라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단 화합형 총리이냐는 문제 제기가 있다. 언론인 시절 문 후보자가 생산해 낸 ‘글’이 발목을 잡을 공산이 있다. 그는 2012년 대선 직후 기명칼럼 ‘하늘의 평화’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두고 ‘신의 뜻’으로 추켜세웠다. ‘보수논객’이라지만, 그는 야권에 대해선 대놓고 비난했다. 2012년 총선이 끝난 뒤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긴 걸 두고 ‘기적’이라고 했다. 야당이 승리했다면 나라가 어지러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나라는 복 있는 나라라고도 썼다. 실제로 야권에선 ‘해바라기형 극단적 보수주의자’라며 반발이 만만챦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낙마를 위해 총력 경주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린 건 문 후보의 앞날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책임총리의 위상을 제대로 세울지에대한 의문도 있다.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을 보완하려면, 내각 통할과 직언이 필수적인데 행정경험이 전혀 없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다. 하지만 그를 아는 많은 지인들은 그가 취재원이던 여권 정치인들과도 마찰을 빚을만큼 직언하는 스타일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다. 지인들은 그의 주도로 관훈클럽 관련 업무에 진보성향의 기자를 영입한 일과 박근혜 대통령의 신비주의를 비난한 칼럼을 예로 든다.
문 후보자는 총리 지명 직후 소감 발표에서 “나라를 위해 애쓰시는 ‘우리’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라고 했다. 문 후보자의 이 ‘우리’라는 단어 사용이 ‘하나 된 대한민국’이 중요한 시점에서 어떤 작용을 할지 궁금하다.
홍성원 기자/hon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