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함영훈 헤럴드경제 라이프스타일부장
지난 4월 해외 방한객이 내국인 해외여행객 수를 추월했다. 5년만의 일이다. 관광수지 적자 해소라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의리를 지키며 여행을 자제한 것이다. 관광공사와 업계는 함께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두달을 보냈다. 수학여행 금지령 속에서 아픔을 나누는 사이, 업계는 깊은 불황에 빠지고 도산 위기에 빠진 업체가 속출했다. 그래도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변추석 관광공사 사장은 헤럴드경제, 코리아헤럴드 기자들을 만나서도 단기회복을 거론하지 않았다. 안전 관광 시스템 확립, 국격으로 대변되는 한국관광의 잠재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관광은 국격의 최일선”이라고 했다. 관광인프라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선진시스템을 구축하고, 유관 산업과 시너지를 높여 창조경제의 한 축이 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그리고 국내여행을 통한 국민적 힐링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다음은 변 사장과의 일문일답.
-관광은 국격이다. 관광진흥 정책을 개선하려면 내부 설득력도 중요한데.
▶5대 유망 서비스산업에 관광이 포함되는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관광산업 영역 또한 문화 스포츠, ICT 등과 융복합화함에 따라 관광 협력 네트워크 구축은 이제 필수가 됐다. 연관 산업과 동반성장을 위한 민관산학 협력 네트워크 마련하겠다. 다른 산업 분야와의 연관성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협력을 강구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에 관광산업본부를 신설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관광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대응방안은.
▶사장을 단장으로 총 20명의 특별전담 TF를 구성했고 하반기에는 전담부서를 신설할 계획이다. 안전여행 종합전략 수립, 안전여행 매뉴얼 개발, 관광지(시설) 여행 안전 점검 등을 맡게된다. 여행사, 가이드, 교통 숙박 관계자, 유관기관 담당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시키고, 오지여행 등이 많은 호주의 안전여행 프로그램 사례를 많이 참조하고 있다.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사장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
-한국 관광 주춤해 졌다.
▶올해 야심찬 계획들이 많았다. 관광주간 첫 시행이 그랬고, 인센티브 단체관광객 유치, 프리미엄 수퍼리치 프로젝트, 컨벤션 및 융복합형 관광객 유치계획이 어느때 보다 강력했으며, 실행 가능성도 높았다. 창조관광 벤처기업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숱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졌고, 한류 열풍도 부활할 조짐이었다.
역시 한국인들은 정(情)과 의리가 강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온 국민의 애도 물결에 관광공사와 여행업계, 문화예술계도 성금을 모으고 재능기부를 하는 등 적극 동참했다. 이제 참사 발생 두 달 가까이 지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불황 만회를 위해 서두르기 보다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찬찬히 구축해 나갈 생각이다.
먼저 국내관광 활성화 대책을 조심스럽게 실행하려한다. 국민이 국내 관광을 다니면서 우리 관광자원,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고, 이를 교육과 힐링으로 활용한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나아가 국내관광 과정에서 부족한 사항, 잘된 인프라 등에 대해 지적 또는 칭찬을 해준다면,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된 것은 좀더 잘되도록 개선하는 ‘테스트 베드(Test Bed)’ 효과도 있을 것이다. 가을철 관광주간(9월25일~10월5일)에 대대적인 국내 관광 활성화 캠페인을 벌일 것이다.
-전설의 로렐라이, 알퐁스도데의 별에 나오는 프로방스의 스토리는 관광 분야 스테디 셀러를 만들었는데, 우리의 스토리는 유럽에도 미국에도 거의 없다.
▶사실 그점을 부끄러워 한다. 루이15세와 퐁파두르부인 간 엘리제궁의 사랑 이야기는 누구든 아는데, 극동아시아의 정치,문화의 중심이었던 태백산 바위전설을 아는 외국인은 없다.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간 사랑을 그린 쿠쉬나메 이야기를 중동 일부국가에서 아는 정도이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어느날 갑자기 전파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토리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문학과 예술, 대중문화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한국스타들이 좀 더 신경써 주셨으면 한다. 앞으로 산학연관 각계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셔서 관광산업화 및 스토리의 관광전략화 등을 논의할 라운드테이블을 가질 예정이다.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외국 손님 유치 전략이 있는가.
▶이달초 1만8500명이 한꺼번에 방한한 중국 단체 관광객은 현지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성사시킨 예이다. 이처럼 인센티브 단체 관광객은 여행사나 한국이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수 있고, 서비스를 높여줄수 있다. 내가 현지에가서 영접했던 1진 3000명이 4박5일 숙식에만 40억원을 썼고, 한복 한벌씩 맞추는데만 6억원을 지출했다.
개별관광객(FIT)들이 손쉽게 여행 일정을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고 있다. 여행객이 구미에 맞는것을 선택하는 ‘장바구니’ 프로그램이다. 관광객이 콕 찍은 해당 지역, 해당 기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농산어촌 마을 체험, 생태관광 등 지역주도형 관광(CBT) 상품이 호응을 얻으면 ‘Local is Global’이라는 말이 현실화될수 있도록 이장,군수들에게 해외마케팅 기회를 줄 것이다.
초호화 숙박-미식-쇼핑-미용-의료 서비스를 연계한 하이엔드상품을 개발해 해외 부유층을 적극 유치하고, MICE+크루즈, MICE+의료, 크루즈+의료 등 고부가가치 융복합 상품개발로 시너지를 높이겠다. 강남스타일 투어 등 트렌디한 관광상품을 앞세워 중국 젊은층의 방한을 유도하는 ‘영 차이니즈 마케팅’도 개발할 것이다.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20년 주기설’이 있다. 남북 관광교류가 전격적으로 재개될수도 있는데 관광공사의 ‘통일 대박’ 대비책은.
▶20년전 남북 경색 국면이 1994년 제네바합의를 계기로 완화됐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관광 중단은 2008년 7월 금강산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6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 전에 관광공사는 금강산에 투자도 하고 영업활동도 했다. 남북관계가 호전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즉각 실행할 복안들을 수립하고 있다.
첫째로는 관광루트를 재개될 금강산, 개성은 물론 평양, 백두산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한반도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중국과 미국 등 유력한 시장을 중심으로 홍보마케팅을 추진할 생각이다. 아울러 DMZ를 국제관광 상품화해서 남북 모두 돈을 벌게하는 방법이다. 북한주민 접촉신청을 통해 우리의 대화 상대자인 ‘조선여행사’와 접촉을 할수도 있겠지만, 관광공사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어렵고 통일부와 긴밀히 논의해봐야 한다. 북한과 관광 물꼬가 트이면, 현재 하늘과 바닷길로만 가능한 국제관광을 길을 북한을 통해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 도로와 철도 길을 열수 있다. 북한과의 긴장완화가 여행에 적용되는 그게 바로 창조경제이자 나아가 통일대박의 단초이다.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사장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
북한이 아시안게임에 참여하기로 했으니, 관광분야 물꼬도 터지리라 믿는다. 올해 말 (관광분야 남북 교류) 이벤트가 벌어질 수도 있다. 최근 한국과 러시아 간 관광,문화분야 교류가 활발해지고 북한-러시아간 밀월도 지속되는데, 러시아가 남북간 관광, 문화교류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교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일본 관광객의 감소는 경색된 한일 정치관계의 결과물이다. 일본관광객을 다시 잡으려면 정치와 관광을 분리시켜 그들의 마인드 마음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최근 일본 공영방송 NHK 오케스트라가 내한해 한국 음악가와 협연을 했는데, 10선 의원 출신인 일본여행협회(ANTA) 회장이 함께 한국에 들어와 우리와 조찬회의를 하면서 양국간 관광 협력을 논의했다. 세월호 참사이후 다시 일본내에선 ‘안전’에 다소 민감해진 것은 사실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이제 막 일본내 방영에 돌입했고, 7월부터는 ‘해를 품은 달’도 일본 안방을 찾아갈 예정이어서 양국 간 정서적 해빙무드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서 3050 주부들이 움직이면 다시 ‘겨울연가’ 신드롬 처럼 한국방문 러시가 재연될 수 있다. 안전 관광을 홍보하면서 7월에는 본사차원에서 대대적인 대일 세일즈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아울러 일본 실버층이나 지방 관광에 관심이 많은 일본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방관광 명품 MVP(Must Visit Place, 필수방문명소) 사업’에 주력할 생각이다. 탈놀이 체험상품, 아리랑 등 전통음악 관람 ‘소리기행’ 상품, 한국내 세계문화유산 유람 등이 좋은 예가 될수 있겠다.
-관광객 잘 곳이 부족한데, 아직 관련법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의 발표를 보면 한국은 140개국중 관광산업 전체 경쟁력 25위, 관광인프라 경쟁력 51위, 인구 100명당 호텔 객실 수, 0.2실로 99위로 다소 실망스럽다. 특히 객실부문은 OECD 회원국 34개국 중 꼴지이다. 대체숙박시설로 굿스테이 643개소, 코리아스테이 385개소, 한옥스테이 263개소, 관광공사 협력기업인 베니키아호텔 65개소를 활용할 계획이다. 관광진흥법에 대한 정치권의 대승적이고 초당적 결단을 기대한다.
정리=이우영 코리아헤럴드 기자/wylee@heraldcorp.com